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헌재 증인 출석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 있었지만 지시 안 받아”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 있었지만 지시 안 받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헌법재판소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해제가 빨리 돼 잘했다’며 경찰을 칭찬했다고 제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를 경찰·소방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단전·단수 문건을 본 기억은 나지만 윤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후 4일 오후 1시쯤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계엄 해제를 신속하게 정말 잘하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후) 서울청장인지 경찰청장이랑 통화했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이 ‘신속하게 의원들을 (국회에) 출입시켜서 계엄이 빨리 해제됐고, 그 덕에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잘 해결된 것 같다’며 청장을 칭찬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당일 오후 8시40분쯤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길지 않을 것이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표현상 차이인데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한 적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윤 대통령이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직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해제됐다 해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과 배치된다.
“단전·단수 문건은 있었지만 지시 안 받아”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대통령 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상황과 관련한 쪽지 등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 원탁 책상에 있는 문건에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은 기억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집무실에서 본 문건 내용이 기억나 신경이 쓰였고, 사무실로 돌아간 후 허석곤 소방청장과 통화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 전 장관은 “만약 단전·단수를 무작정 한다면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만일의 경우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며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 내용도 정면 반박했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등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문건을 이 전 장관에게 보여줬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이 같은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이 (문건을) 줬으면 줬지, 보여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무회의 때 찬성·반대 얘기는 없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분위기를 정확히 말씀드리면 계엄에 대해 찬반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도 찬성이니 반대니 이런 워딩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다만 계엄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당한 걱정과 우려 속에 대통령을 만류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두세번 집무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