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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동국대부속여자고등학교(동국대부속가람고등학교)에 입학 등록을 하러 방문한 남자 신입생들이 전시된 남학생 교복을 살펴보고 있다. 동국대부속가람고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에 ‘특별한’ 신입생들이 찾아왔다. 개교 95주년 만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이 학교가 맞이하는 첫 남자 신입생들이다. 신입생 등록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97명의 남학생들은 공학 전환을 맞아 학교 측이 새로 마련된 남학생 교복을 보면서 신기한 듯 이야기를 나눴다. 교복엔 새 교명인 ‘동국대사범대부속가람고’가 새겨져 있다.

이 학교의 올해 새 학기 준비는 어느 해보다 분주했다. 남자 신입생을 위한 화장실과 탈의실, 운동기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민보경 교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을 위해 학교 모래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바꾸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 감소다. 20년 전 1000여명에 달했던 전교생은 이젠 700명이 안 된다. 학생 수가 줄면 수업 편성, 교사 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민 교장은 “공학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며 “처음엔 학생과 학부모, 동문 절반 이상이 반대했지만 ‘100년 전통도 학생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학생 줄어" 올해만 32개 학교, 남녀공학 전환
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남학교·여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 중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2020년 총 6곳에서 2021년 12곳, 2022~24년 매년 20곳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총 32곳이 공학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남녀 공학 전환이 가속화한 원인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다. 성별을 구분해서 신입생을 받다간 학교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학생을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의 26개 중학교 중 유일한 남학교인 광운중학교가 오는 2027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65년 개교한 광운중의 지난해 입학생 수는 115명으로 노원구 중학교 평균(166명)보다 30%가량 적다. 학교 관계자는 “올해 학교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이번 기회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내년에 정식으로 교육청에 신청서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장충고등학교 공학 전환 이전인 2021년 체육대회 때 남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장충고등학교

공학 전환 이후인 2024년 서울장충고등학교 남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 장충고등학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남학교·여학교가 있으면 해당 성별 학생이 우선 배정해야 하는데,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근 학교의 성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국대부속여고 인근의 자양고, 광남고, 건국대부속고는 남녀공학임에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50여명 적은 ‘남초 현상’을 겪었다.

때문에 시·도교육청도 공학 전환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은 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학교에 3년 간 6억원을, 경남도교육청은 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남ㆍ여학교는 중ㆍ고의 보편적인 형태였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60년 전인 1964년 전국 고교 692개교 중 남학교는 506곳(73.1%), 여학교는 186곳(26.9%)이었다. 당시 고교 중엔 남녀공학이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1974년 거주지에 따라 학생을 배정하는 고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되면서 남녀공학이 전체 1089개교 중 341개교(31.3%)로 늘었다. 1990년대 후반엔 사회 전반적인 성차별 철폐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남녀공학은 교육적 측면보다 사회ㆍ경제ㆍ정치 등 교육 외적인 요인에 의해 확산된 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엔 학생 감소가 공학 전환에 주된 배경이 됐다.

이 결과 지난해 남중ㆍ여중은 전체 중학교의 19.9%, 남고ㆍ여고는 전체 고교의 33.7%로 줄었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학교의 학생 수급 문제와 맞물리며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이 진행됐다”면서 ”향후엔 특성화 고교, 특수목적고 정도만 단일 성별 학교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학생·동문 반발에 공학 전환 무산도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고가 2025년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변경된 교명은 가람고등학교다. 학교 체육교사가 교내 실내체육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물론 남녀 공학 전환이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다. 학교가 교육청에 공학 전환을 신청하려면 학생·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역사가 긴 학교일수록 반발이 심한 편이다.

2년 전 강원도의 한 여중에선 공학 전환을 시도했다 무산됐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 동문들은 지역내 유일한 여학교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분이 많은데, 공학 전환을 위한 학부모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 동문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공학 전환을 위한 시설 개선, 교사 연수, 교칙 개정, 입학 홍보 등 후속 조치도 쉽지 않다. 2년 전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서울 중구의 장충고는 여학생 화장실 확보에 2년이 걸렸다. 문무현 교감은 “예상보다 수리 기간이 길어지며 학생들의 불편이 길어졌다"며 "화장실 한 칸을 마련하는 데 6000~7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 계획대로 파우더룸 설치 등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밝혔다. 문 교감은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남학생들의 심한 욕설, 과도한 장난이 많이 사라져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공학 전환 후 장충고의 지원율과 희망 배정율이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문 교감은 또 “성인지 감수성이 다른 여학생이 새롭게 입학하는만큼, 교사들이 생활 지도 등에서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따로 연수를 시행했다”며 “이성 간 신체 접촉에 대한 징계, 화장 등에 대한 교칙에 대해서도 따로 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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