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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지원' '여권 신장' 등 폐지하고
'DOGE 권한 지적' 법원 결정도 무시
머스크 "판사 탄핵" 사법부 흔들기도
일론 머스크(왼쪽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낭비성 연방정부 지출을 없애겠다"며 설립된 정부효율부(DOGE)가 출범 3주 만에 약 10억 달러(약 1조 원)를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적 의제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등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 맞지 않는 '표적 사업'을 폐지하며 거둔 1차 성적표다. '법적 근거 없는 권한 행사'라는 여론의 비판은 물론, 법원의 제동 명령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DOGE 수장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갈 태세다.

트럼프 "다음 표적은 교육부·국방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DOGE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일인 지난달 20일 이후 3주 동안 엑스(X)를 통해 폐지 사실을 발표한 사업의 절반 이상은 DEI 정책과 관련돼 있었다. 각 정부 부처의 △제3국 지원 △여성 인권 신장 △기후위기 대응 관련 프로젝트 등이었다. 일부 부처의 진보 성향 신문 구독 해지도 DOGE의 예산 절감 성과에 포함됐다. WSJ는 "DOGE의 '1라운드 연방 지출 삭감' 규모는 최소 10억 달러"라며 "일단 손쉽게 없앨 수 있는 정책부터 손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구상도 등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24시간 내에 일론(머스크)에게 교육부를 점검하라고 할 예정"이라며 "다음에는 군(국방부)으로 가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사기·남용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최근 검토했던 재무부 지출 절감 안건을 촘촘히 들여다보겠다고도 예고했다. 사실상 전방위 분야에서 '정책 폐기'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문제는 DOGE 운영의 위법성 논란이다. 전날 뉴욕 남부연방법원이 "머스크는 임시직인 특별 공무원에 불과하다"며 DOGE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 권한을 정지시킨 건 상징적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는 DOGE의 법적 지위 자체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측 인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판사가 행정부의 합법적 권한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고, 머스크는 "부패한 판사가 부패를 보호하고 있다. 당장 탄핵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법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겁박'은 비판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에는 트럼프가 법원 결정에 항소하는 대신, 그냥 무시하는 방식을 택하면 어떡하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며 "헌법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짚었다.

"스스로를 '피할 수 없는 존재' 만들어"

8일 미국 워싱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청사 인근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부처 업무 중단 명령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와 머스크는 아예 귀를 닫은 듯하다. 전날 백악관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10일부터 닷새간 업무 중단'을 명령한 게 대표적이다.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2009년 1월~2017년 1월)인 2010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오바마의 유산'인데, 머스크는 7일 "중복 규제 기관"이라며 폐쇄를 촉구했다. "생산 단가가 화폐 액면가보다 비싸다"며 이날 트럼프가 '페니'(1센트 동전) 신규 주조 중단을 명령한 것도 지난달 머스크의 발언에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의 배경은 '우호적 여론'이다. CBS뉴스·유고브가 5~7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53%였다. 집권 직후 지지율 57~66%를 기록한 전임 대통령들보다는 저조해도, '트럼프 1기' 초창기인 2017년 1월(44%)보다는 9%포인트나 상승했다. 이주민 추방·남부 국경 검문 강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이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 CNN방송은 "(여론의) 주목을 끄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트럼프를 미 연방기관과 언론인들은 따라잡기 힘들 지경"이라며 "트럼프는 스스로를 '피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발(發) 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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