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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아오 하얼빈]
산악스키 국가대표 김하나가 지난 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여자 스프린트 준결승 경기 도중 다친 뒤 호송되고 있다. 김하나 선수 제공
중국 하얼빈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베리아 호랑이 동물원이 있습니다.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마스코트도 새끼 호랑이 이름에서 따온 ‘빈빈’과 ‘니니’인데요. 중국에서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아오아오’라고 합니다. 아시안게임 취재 현장에 있는 장필수 기자가 대회 기간 ‘아오아오 하얼빈’으로 경기장 안팎의 소식을 전합니다. “지금이라도 (체육회와) 소통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산악스키 국가대표 김하나는 전날(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여자 스프린트 준결승 경기 도중 내리막길을 타다 발목 골절상을 입고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자, 태어나 처음 달아본 태극 마크였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12일 예정된 혼성 릴레이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불의의 사고였다. 김하나는 도핑 검사를 이유로 자신을 붙잡은 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관계자 때문에 같은 조 경쟁자들보다 늦게 준결승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때문에 (대회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지만, 조직위 관계자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그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다. 경기 준비 시간을 허무하게 날린 김하나는 홀로 급하게 출발했고, 조급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다가 하산 구간에서 부상을 당했다. 조직위와 도핑 검사 기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 여파가 한국 산악스키 대표팀에 미친 것이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선수가 먼저 출발한 상황을 놓고 산악스키 대표팀은 현장 심판에게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대한체육회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10일까지 조직위는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전날 밤 10시께 “이번 사건을 접한 뒤 항의 서한을 작성하고 있다”라고만 밝혔을 뿐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 준결승 경기는 9일 오전 11시10분께 시작됐는데, 사건을 인지하고도 10시간 넘게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김하나가 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친 모습. 임정희 국가대표 코치 사진 제공
대한체육회의 늦장 대처는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비인지 종목인 산악스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김하나는 의료진으로부터 발목 골절 진단을 받고 간단한 보호대만 착용한 채 호텔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이틀 뒤 귀국해 수술 일정부터 잡아야 했지만, 이날 밤까지 체육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김하나는 사고 당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방에 홀로 남아 있다. 휠체어는 반납해야 해서 돌아갈 때는 홀로 목발을 짚고 공항까지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체육회가 나서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침묵했다.

김하나는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뒤 체육회로부터 “귀국 후 차량과 동행인을 지원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체육회 관계자는 “현지 인력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 체육회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다. 의사를 급히 보내 김하나 선수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부상 전후로 마음을 졸였던 김하나는 “지금이라도 소통이 돼 다행”이라고 했다. 체육회는 사고 당일 현장 코치 및 감독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다음날 팀닥터 파견을 결정했다.

이번 대회에 첫 선을 보인 산악스키에는 한국 대표팀 6명이 출전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을 가진 동호인으로 휴가를 내는 등 시간을 쪼개가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해 왔다. 훈련장에서도 스키 등 대표 설상 종목에 밀려 새벽에만 일어나 운동할 수 있었다. 장비 등은 모두 개인이 마련했다. 태극 마크의 소중함을 느끼며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조직위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대한체육회의 늦장 대처로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태극 마크에 경중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산악스키는 2026 밀라노·코르담페초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원과 인력풀을 갖추고 있다.

하얼빈/장필수 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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