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해당 초등학교에 주차된 경찰차 모습. 연합뉴스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40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0분쯤 대전 서구 관저동 모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 창고에서 이 학교 1학년 학생 A양과 40대 여교사 B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18분쯤 "아이가 돌봄(교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A양 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 학교 관계자와 교내를 수색한 끝에 A양과 B씨를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발견됐다. A양은 미술학원에 가기 전 오후 4시 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도 오후 5시50분쯤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고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A양은 경찰과 함께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B씨도 목과 팔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으나 의식이 있는 등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이날 오후 9시쯤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A양을 흉기로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해당 학교 정교사로, 우울증 등을 이유로 휴직했다가 지난달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교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1일 긴급 재량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범행을 자백했다"며 "B씨가 현재 수술을 받고 있는데, 수술을 마치는 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병원 응급실에서 A양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은 슬픔과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손녀 시신을 확인한 A양의 할머니는 "하나도 실감이 안나. 금방이라도 '할머니'하고 올 것만 같아"라고 했다. 일부 유족은 병원을 찾아온 학교 교직원들을 보고 "애 하나 지키지도 못하고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며 이들을 강하게 밀쳐냈다. A양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때 A양 어머니는 오열했으며, 한 유가족은 "아 가슴 아파"라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10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해당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 모습. 연합뉴스

한국일보

대전= 최두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