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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도관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은 용서와 구원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신애(전도연)는 아들을 살해한 유괴범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교도소로 면회를 가는데요. 유괴범은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하느님께서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라고 대꾸합니다. 나는 이미 구원을 받았다는 유괴범의 뻔뻔함에 신애는 분노로 정신을 잃는데요. 여러분은 이 유괴범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정한 참회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8년 차 교도관, 김도영 작가가 실제 겪었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겁니까?”

달빛이 교도소 복도를 비추는 아래,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이 나를 노려봤다.
그는 취침 시간을 준수하라는
내 말을 자르며 언성을 높였다.
기도를 방해하면 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난 그가 생활하는 방을 쭉 훑었다.
독방 한쪽 벽면엔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썼는지
글씨를 따라 벽지도 깊게 파여 있었다.

만일 우리가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게 하실 것이요
-요한 1서1장 9절-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제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데요.
이게 다 성경 필사한 겁니다.
법원에 매일 반성문도 써 냈고요.”

그가 내게 보여준 수십 권의 노트에는
‘죄와 용서’라는 글자가 빼곡했다.
그가 노트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말을 이어갔다.

“저도 회개하고 천국 가야죠.”

남자는 다른 수용자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운동장에 모일 때면 모두 그에게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들을 위해 기도라도 해주고 있는 걸까.

그의 반성이 진짜 뉘우침인지
천국에 가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더 얘기하지 말고 취침하세요!”

그러자 남자는 자리에 누우며
사나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빨리 출소해야 하는데….
한 놈이 합의를 안 해줘서.
이런 젠장!”

남자는 교도소 오기 전,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식당 종업원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자신을 말리던 옆 손님을
소주병으로 내리쳤다.

옆 손님은 머리가 다 찢어졌고,
일상생활에 대한 공포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아홉 차례 구속과 출소를 반복한 자였다.

#호송차에서 드러난 진짜 속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
그의 재판에 동행하게 됐다.
그는 기도할 때와 같이
두 손을 모으고
재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매일 반성문을 쓰고 기도했습니다.
선처 바랍니다.”

그가 짧게 진술을 마치고 앉았다.
그가 교도소에서 매일 기도하고
반성문을 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자, 판결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죄질이 불량하나,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징역 1년2월에 처한다.”

그때, 방청석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겨우 1년2월이라고요!?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십니까?
직장도 못 다니고, 대인공포증이 생겨서 매일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요.”

소주병을 맞은 피해자였다.

피해자는 말을 하다
감정이 복받쳤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피해자 심정은 이해 가지만, 더 재판 진행을 방해하면 퇴정시키겠습니다.”

판사의 말에 피해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고,
피해자는 결국 법정 경위의 손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계속)
교도소로 돌아오는 호송차에서 남자는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평판이 좋았던 이유엔 반전이 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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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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