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재개는 중국에 좋은 일이 아니지만 현재가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위협에 나서면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상황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겠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중국산 철강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겠다고 한 수준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이달 기준 중국의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관세는 약 3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5월 평균 7.5%이던 중국산 철강 관세율을 최대 25%로 인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멕시코를 거쳐 우회 수출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일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대미 수출 비중도 미미하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수출은 2023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으나 대미 수출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우원원 철강협회 회장은 “관세 인상이 중국의 철강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다”고 제일재경에 말했다. 다만 그는 “자동차, 건설기계, 전자제품 등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의 관세가 인상되면 철강의 수출 규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수출처 1위는 베트남(11.5%)이며 한국(7.4%)과 아랍에미리트(5.0%)가 뒤를 잇는다. 미국의 전방위 관세 부과로 중국 철강업계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상쇄된 반면,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데다가 중국산 철강의 공세라는 이중고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발표한 이번 조치에는 상응하는 조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무역 긴장을 높이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보편 관세가 적용되면 이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유리해진다.
유럽연합(EU)의 대응이 관건이다. EU가 캐나다나 멕시코처럼 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협상에 나설지, 중국처럼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설지에 따라 중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달라진다. EU와 미국의 대중국 공조가 느슨해지면 중국 입장에서는 성과로 볼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CNN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설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오는 4월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슈퍼 301조를 적용한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독점 조사 결과가 이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언론 성도일보는 “중국은 ‘능히 싸울 수 있어야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격 카드를 쌓아놓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자금 후원자들을 타격할 수 있는 농산물 분야 관세를 결정적 카드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