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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차량 막아선 ‘군용차 청년’ 김동현씨
“반도체 52시간 예외, 광장의 목소리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던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동현씨(34)가 몸으로 군용차를 막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이닥친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로 밀고 들어오는 군용차를 한 청년이 맨몸으로 막아섰다. 근처 시민들이 뛰어와 함께 차를 막아서자 군용차는 전진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촬영한 현장 영상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리면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라며 “이 분을 꼭 찾아달라”고 했다.

이 대표가 찾아 헤매던 청년 김동현씨(34)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이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남기고 있다.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직군을 ‘주 52시간’ 상한 규제에서 예외시키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하면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추진하려 하는데, 쟁점이 된 노동시간 규제 예외 부분에서 이 대표가 논의 여지를 열어뒀다.

김씨는 지난 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저와 함께 군용차를 막은 시민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생각한 민주주의는 가진 자를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을 갈아넣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며 “(이 대표에게) 광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사회주택 공급 일을 하며 세입자 주거권 문제해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회에 참석한 김동현씨(34). 본인 제공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다는 김씨는 집에 1주일치 고양이 밥을 쌓아놓고 국회로 향했다. 그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그 이후 이어진 광장, 남태령, 한강진에서 눈을 맞아가며 지켰던 것은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평등한 민주주의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폭력에 반대하며 연대와 평화를 외친 시민들은 옆에 있는 사람이 52시간 이상 일하다 쓰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노조 없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김씨에게 노동시간 규제 예외는 “생명과 목숨을 지키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그도 몇 년 전 서비스업에 종사할 때 주6일 60시간정도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숙련자였는데도 손이 제대로 안 움직였다”며 “제가 20대 후반이었어서 그나마 버텼지만, 30~40대인 연구개발직이 그러면 혈관이든 뇌든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3개월 바짝 일하다가 나머지 3개월을 쉰다고 해서 이미 멈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주 52시간도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긴 연장노동시간인데, 이걸 되돌리자는 건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벌써 일부 반도체기업은 생산직 등을 이름만 ‘연구직’으로 바꾸고 있다고 하고, 건설업이나 조선업은 자신들도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21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 이 대표 X 계정


김씨는 특히 자신과 같은 청년세대에게 노동시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저출생 이야기를 하는데 52시간을 넘겨 일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나”라며 “청년을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라고 하는데, 밝은 미래와 장시간 노동이 어울리는 말인가”라고 했다.

김씨는 “(탄핵 반대 집회가 토요일에 열렸는데) 52시간 이상 일하거나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이들은 광장에 나올 수 없었다”며 “대부분 비정규직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은 못 나온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민주당이 삼성과 경영계의 요구에 집중하는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는 “기업의, 기업을 위한, 기업에 의한 민주주의”라며 “광장에 앞장선 건 노동자들인데 벌써 반노동 정책을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도 반대 의견이 있지만 이 대표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며 “R&D가 붕괴되고 경영진이 기술자들을 천대해 경쟁에서 뒤처진 것인데, 민주당은 삼성을 위한 입법을 해주려는 토론회를 열었다”고 했다.

김씨는 “광장에 모인 이들이 그대로 이 대표를 지지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우리가 원한 건 이게 아니라고, (이 대표가) 잘못 생각하고 계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우리가 만들어 온 세계는 모두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만들 세계가 ‘삼성공화국’이 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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