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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찬성 30대 남성 장미씨
“반페미 정서가 토론 기회 막아”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지지하는 남성 장미씨(30·가명)가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주장은 ‘성폭력 무고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면 무고죄로 억울하게 수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거나 “강간으로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성관계 전 동의했다는 확인서를 써야 한다” 같은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남성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소모임 ‘평등남’에서 활동하는 남성 회원 장미씨(30·가명)는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찬성한다. 장미씨를 지난해 12월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미씨는 “성폭력 무고율이 굉장히 낮다”며 “주변 남성 지인들과 얘기해보면 비동의강간죄를 들어본 적도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비동의강간죄 논의가 나올 때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쏟아지는 반대 여론이 ‘괴담’ 수준으로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2017~2018년 실시된 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를 보면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피의자 수와 비교했을 때 성폭력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0.78%에 불과했다. 그리고 성폭력 무고죄로 고소된 사건 중 유죄가 인정된 비율은 6.4%였다.

‘동의한 건가?’ 헷갈린다면 친밀한 관계 맞나?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논거 중 하나는 ‘성관계에서 동의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면 성관계 전 확인서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미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상대의 동의 여부를 헷갈릴 정도라면 친밀한 관계가 아닌 것 아닐까?”

그는 “친밀한 이들이 성관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상호신뢰하에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동의 여부가 고민된다면 대화를 더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장미씨는 “성행위가 성폭력으로 오해받을 상황이 오면 남성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즉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성관계 중 행위를 중지할 자유와 능력이 있음에도 그런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만연한 ‘반페미’ 정서가 토론 막아

성폭력이나 성차별 등 여성 관련 의제는 남성들 사이에서 점점 금기시되는 주제다. 특히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페미니즘’ 정서가 강화되면서 토론의 장은 더 좁아지고 있다. 장미씨는 “회사에서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주제로 대화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된다”며 “가볍게 툭 꺼낸 얘기도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페미냐?’고 비꼬듯이 물으니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화가 줄어드니 오해는 쌓일 수밖에 없다. 그는 “소통이 닫힘으로써 남성에 대한 기대나 신뢰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남성이지만 저도 마찬가지”라며 “성평등에 참여하고, 비동의강간죄에 찬성하는 남성도 있다는 걸 알려 전체 남성을 향한 실망에 균열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남성이 반페미 정서에 사로잡혀 여성 혐오에 앞장서거나,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장미씨는 비동의강간죄가 ‘비뚤어진 남성성’에 제동을 걸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여성들의 불안도 줄어들겠지만, 남성들도 다시 한번 파트너와의 관계에 관해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를 멈추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비동의강간죄
형법 제32장(강간과 추행의 죄)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형법 제297조)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요와 속임, 지위나 위계를 앞세워 성관계를 했어도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난다. ‘동의 여부’를 추가하면 상대방 동의가 없거나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뤄진 성관계를 비동의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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