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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부정선거 음모론 한미 커넥션
나경원·윤상현 애니 챈 행사서 만나
美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접촉
부정선거 세력 알고도 거리두기 안 해


편집자주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수많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로 이미 검증이 끝났는데도 극우 진영은 각종 의혹을 신봉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파고 들었다. 한국일보는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들의 행태와 그 배후로 지목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의 행적을 추적했다.
애니 챈이 2023년 1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식에서 여권 인사들과 행사에 참석해 있다. 애니 챈(가운데) 오른쪽으로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권성동 의원, 김학용 전 의원. 왼쪽으로 홍석인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 석동현 변호사, 황보승희 전 의원. 유튜브 캡처


한미 양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하도록 지원한 애니 챈(한국명 김명혜)이 국내 유력 정치인들과도 빈번하게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부터 부정선거 주장에 앞장선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해 챈이 국민의힘 인사들과 만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다만 이들은 "(애니 챈을) 우파 단체를 지원하는 인사로 알고 있었을 뿐 깊은 교류는 없었다"고 친분 관계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부정선거 주장과 단호히 선을 긋지 못하고 그 배후로 지목받는 챈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 '암묵적 공생관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유력 정치인 옆 애니 챈...당사자들 "교류는 없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챈은 2022년 대선 즈음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등 여당 의원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의원은 챈이 회장을 맡은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주최 행사에 2021년 12월과 2022년 2월 축사를 보냈다. 나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열린 부정선거 방지 세미나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아무리 투표를 잘해도 개표 역시 잘 되어야 한다"며 "제도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덥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는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애니 챈(왼쪽)이 2023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재외동포 정책 간담회에서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미동맹USA재단 홈페이지


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2023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이민 120주년 기념식에서 권성동 의원, 김학용 황보승희 전 의원과 김무성 상임고문 바로 옆에 자리했다. 김기현 의원은 2023년 7월 당대표 시절 김석기 의원 등과 함께 워싱턴에서 열린 재외동포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챈과 만났다. 이외에 황교안 전 총리, 김진태 의원(현 강원도지사) 등이 2019년부터 KCPAC이 주최한 주요 행사의 연설자로 초청받아 무대에 섰다. 최근 여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KCPAC 행사에서 포착됐다.

특히 예비역 군인 단체인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는 정치인 접촉의 창구로 기능했다. 윤상현 의원은 2022년 10월 KAFSP와 국회에서 '제6회 세계한민족회의'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KAFSP 이사장인 챈은 영상을 통해 첫 순서로 등장해 "대한민국은 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앞에는 KCPAC 홍보물이 깔렸다. KAFSP가 정기적으로 주최한 조찬기도회에도 김기현·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본보가 확보한
KAFSP 고문 명단에는 김기현·나경원·윤상현·이인선 의원, 태영호 전 의원,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전광훈 목사 등
의 이름이 올라있다.

애니 챈(왼쪽)이 2023년 4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에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난 모습. 한미동맹USA재단 홈페이지 캡처


당사자들은 '애니 챈'이라는 인물을 알고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나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애니 챈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우파 인사로 알고 있다"며 "밥 한 번 먹고 축사 몇 번 보낸 게 전부"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행사에서 만난 적은 있다"면서도 별다른 인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AFSP 고문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대부분 "요청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與 부정선거 세력에 또다시 편승하나



하지만 챈과 긴밀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유력 정치인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의 행사에 힘을 실어준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괴담 세력을 처음부터 강경하게
끊어내지 못한 게 문제"라며 "우리가 패한 선거에 대해 나서서 굳이 '부정선거는 아니다'라고
해명할 필요가 있냐는 비겁한 태도가 오히려 괴담을 증폭시켰다"
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탄핵각하 촉구 집회에서 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의 미심쩍은 연결고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비상계엄 이후 폭락했던 여당 지지율이 다시 오르자 부정선거론에 기대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전 목사가 주관한 탄핵 반대 집회에서 큰절을 올렸다. 박수영 김미애 의원은 1일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부정선거 주장을 강변한 부산역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선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 구호가 적힌 피켓이 휘날렸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 괴담을 믿는 강성 지지층
눈치 보고, 부정선거 확신범인 윤석열 대통령을 보호하려다 여당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며 "국회의원들이 부정선거를 운운하는 경우엔 제명까지 고려해서라도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 이준석 "尹 초면부터 부정선거 주장... 음모론 키운 건 애니 챈과 여당"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0413240005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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