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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원 4명과 같이 구명뗏목 탔던 한국인 선장은 숨져
외국인 선원 병원 이송 중 한국말로 "춥다" 반복
"바람·파도에 배 넘어져" 진술…생명에 지장 없어


구명뗏목에서 구조 기다린 선원들
(여수=연합뉴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서 14명의 승선원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에서 침몰 추정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구명 뗏목에 타 구조를 기다리는 선원들의 모습. 2025.2.9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여수=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전남 여수 해역에서 침몰한 어선에 탑승했던 선원 4명이 구명뗏목에 기대어 2시간여 사투를 벌인 끝에 소중한 목숨을 건졌다.

9일 오전 1시 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4명이 타고 있던 139t급 대형 트롤 선박 제22서경호가 침몰했다는 신고가 여수해경에 접수됐다.

여수해경과 민간 어선이 곧바로 해상에서 수색을 벌인 끝에 2시간여 뒤인 오전 3시 43분에 어선을 몰던 한 민간인의 눈에 빨간 구명뗏목이 포착됐다.

이러한 내용을 교신으로 전달받은 해경이 곧바로 발견 지점으로 출동했고, 거센 파도 속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던 구명뗏목에서 승선원 5명을 발견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해경 구조함정이 불빛을 비추며 접근하자 구명뗏목에서 승선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씩 일어서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경이 구명뗏목에 줄을 연결해 구명뗏목과 간격을 좁혀왔고, 선원들은 지체할 틈도 없이 구조함정에 달린 난간줄을 바로 붙잡아 올라탔다.

구명뗏목에 타고 있던 5명 중 4명의 외국인 선원은 무사히 생존했으나, 한국인 선장 A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 4명은 전남 고흥 나로도항에서 인근 병원 2곳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영하권 날씨에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건진 한 베트남 선원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내내 한국말로 "춥다"고 연신 말하기도 했다.

응급실로 옮겨진 후 베트남 선원들은 아무 말 없이 이불을 덮고 누워서 의사와 간호사의 말에 따라 피검사 등을 받고 있었다.

3시간여 동안 맹추위와 사투를 벌인 탓에 기력이 다 빠진 듯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인도네시아 선원 2명도 응급실 침상에서 사고 경위를 묻는 경찰에 말에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만 서툰 한국말로 "바람과 파도에 배가 뒤집어졌다는"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힘겹게 사고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생존한 베트남(2명), 인도네시아(2명) 국적 선원들은 저체온증 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안정을 취한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은 거동이 가능할 만큼 기력을 회복하면서 사고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이동했다.

베트남 선원 2명은 정밀 진단을 위해 전남 여수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까지 선박 침몰 사고로 14명(한국인 8명·외국인 6명) 중 선장 등 한국인 선원 4명이 사망했다.

해경은 남은 6명의 실종자를 수색하는 한편 사고 소식을 접한 실종자 가족들은 전남 여수 국동 한 건물에 마련된 대기실로 모이고 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통역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해경 단정도 전복될 만큼 기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지만, 나머지 실종자 6명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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