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5대 은행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피소건수는 모두 618건으로 전년의 398건 대비 55.3% 늘어났다.
합산 소송액 역시 4867억원으로 전년 3568억원보다 36.4% 증가했고 법률비용은 106억원으로 23.8% 늘었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의 피소건수가 105건으로 전년 30건보다 250% 올라 가장 큰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송액도 302억원에서 734억원으로 143% 증가했고 법률비용 지급액도 17억원에서 21억8000만원으로 28.2% 뛰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피소건수는 170건으로 전년보다 7.1% 줄었지만 소송액은 2165억원, 법률비용은 27억5000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6.8%, 108.2% 폭증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피소건수는 92건, NH농협은행은 149건, 하나은행은 102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41.5%, 77.4%, 183.3% 뛰었다.
5대 은행의 피소건수와 소송액, 법률비용이 급증한 까닭은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 붐의 거품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같은 건물에 제조업, 정보통신업, 벤처기업 등의 회사와 기숙사, 지원시설이 모두 입주할 수 있는 복합형 건물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나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성수동 생각 공장 등을 이루는 건물들이 해당한다.
전 정부 당시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께부터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전매제한 등의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개인사업자들은 집단대출 형태로 시설자금 대출을 받아 건설사가 새로 분양한 지식산업센터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과잉 공급과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가 급격히 줄고 가격도 하락했다.
은행들은 건설사와 사기 분양 등 분쟁이 발생했고 분양자들은 사기 분양계약서에 의한 은행 대출도 무효라며 은행 대출을 안 갚겠다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의원은 “금융시장과 민생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의 공급과잉 현황을 파악하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