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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4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의 재판관 구성이 헌법 정신
헌법재판소 신뢰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
여섯 차례 심리와 검찰 수사 통해 위헌·위법 행위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2월6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은 헌법 규범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헌법 보장 제도입니다. 헌법재판은 독일과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소를 별도로 설치해서 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일반 법원이 담당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헌법위원회와 탄핵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탄핵재판소를 각각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는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의 위원으로 구성했습니다. 탄핵재판소는 부통령을 재판장으로 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을 맡도록 했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심판할 때는 대법원장이 재판장 직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1952년 발췌개헌으로 국회를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하는 양원제가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참의원을 아예 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참의원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위원회 기능을 정지시켰습니다. 탄핵재판소도 이름만 유지했을 뿐 탄핵재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1960년 2공화국 헌법은 위헌법률 심사, 탄핵재판 등을 다룰 헌법재판소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1962년 개정된 3공화국 헌법은 위헌법률 심사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은 대법원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위원회가 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1971년 국가를 위한 직무 도중 사망하거나 부상한 군인, 경찰 등의 국가에 대한 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국가배상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했습니다.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대법원의 헌법재판 권한을 빼앗아 헌법위원회로 넘겼습니다. 헌법위원회가 위헌법률, 탄핵, 정당 해산을 심판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 위원은 9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3인은 국회 선출, 3인은 대법원장 지명을 거쳐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위원회는 유명무실했습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려면 반드시 각급 법원 합의부,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대법원 합의부를 거치도록 제동 장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5공화국 헌법도 이런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4공·5공 헌법위원회는 단 한 건의 사건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암흑의 시대’였습니다.


제대로 된 헌법재판은 1987년 6월 항쟁과 대통령직선제 개헌으로 들어선 6공화국에서 비로소 시작됐습니다. 1987년 개정 헌법과 1988년 8월 5일 제정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설치됐습니다.

1988년 9월 19일 조규광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9명이 임명됐습니다. 처음에는 상임 재판관 6명, 비상임 재판관 3명이었습니다. 1991년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전원 상임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한병채 전 의원을 초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한병채 전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대구에서 네 차례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정치색이 옅은 조규광 변호사로 교체했습니다. 조규광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를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한병채 전 의원은 민주정의당 추천 국회 선출 몫으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대법원판사 출신으로 12대 국회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이성렬 전 의원도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6년 뒤 2기 재판부에는 13대 국회 평화민주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조승형 전 의원이 평민당 추천 국회 선출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이처럼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에는 전직 국회의원들도 재판관에 임명됐습니다.

정치인 출신 재판관 임명이 가능했던 것은 1987년 헌법이 다양한 이념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인물들을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헌법 정신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정치인 출신 재판관은 사라졌지만 다양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의 인물을 재판관에 임명하는 관행은 이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역사에 비추어 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보수 언론의 공세는 말도 안 되는 투정에 불과합니다.

2020년에는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어 당원이었거나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 대선 캠프에 들어갔던 사람은 3~5년 동안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면 올바른 개정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 헌법재판소 담당 기자였습니다. 헌법재판소 사람들은 “한겨레신문과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함께 탄생했으니 형제지간”이라고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1987년 6월 시민항쟁 속에서 탄생한 신문이었기 때문입니다.

6월 항쟁으로 태어난 기관답게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37년 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며 위상을 높여왔습니다. 헌법재판소 덕분에 동성동본 결혼이 가능해졌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1인 2표제가 도입됐습니다. 간통죄가 없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

흑역사도 있었습니다. 2004년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신행정수도건설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 2014년 통합진보당을 무리하게 해산시킨 것 등입니다.

어쨌든 헌법재판소는 이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기나긴 역사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중대한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상식적인 결론을 내리면 헌법수호 기관으로서 입지가 더욱더 탄탄해질 것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메모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한 가지 걱정은 헌법재판소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세력의 무모한 기도입니다.

3월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52%가 ‘신뢰한다’, 4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너무 높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극우 세력, 국민의힘, 보수 논객들이 헌법재판소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어떻게든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보수 세력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여론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불복 사태가 벌어지며 나라 전체가 분열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큰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진행한 탄핵심판 심리와 검찰·경찰의 수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위헌·위법 행위가 대부분 확인됐습니다.

첫째, 헌법이 정한 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둘째, 포고령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셋째,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넷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섯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민간인이 비상계엄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월 8일 ‘윤석열 퇴진 10차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현 시국에 대한 의견과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바닥에 분필로 적었다. 김가윤 기자 [email protected]

그런데도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 보수 논객, 정치 평론가들은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내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하도 간절해서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증오심에 눈이 멀고 이성이 마비된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받아내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게 정말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현실적으로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이후로 늦추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처럼 궤변을 늘어놓아서야 하겠습니까?

이제 좀 정직해져야 합니다. ‘김건희 특검법’ 막으려고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이 다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윤석열 대통령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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