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사진=Unsplash
“영업이라는 직업에 뜻밖의 후광이 드리워진다…특별히 무엇을,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판매 자체(Pure selling)를 위해 존재하는 자’라고 말한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배빗(Babbitt)’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작품이 출간된 지도 벌써 10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판다.
당신은 그저 판매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자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의미를 추구하는 브랜더인가?
‘퓨어 셀러(Pure seller)’와 ‘브랜더(Brander)’의 차이를 살펴보면 퓨어 셀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공급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효율성, 비용 절감, 가격 경쟁에 주력하며 성과를 추구한다.
반면 브랜더는 판매를 넘어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과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브랜더는 고객경험을 중심에 두고 가격 경쟁을 넘어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런 접근은 단기 성과 이상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기능적 특질을 강조하고 우위를 점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감성의 시대, 예술의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브랜더로의 정체성 전환은 조직과 상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궁극적 방법이다.
브랜더의 조직 : ‘와닿는 믿음’을 브랜딩
그렇다면 브랜더의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어려운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 빛을 발하는 조직은 비전이 명확한 조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전이 ‘브랜딩’ 돼 있는 조직이다.
비전이 브랜딩 돼 있다는 건 ‘비전이 최고경영자(CEO)의 것을 넘어 모두의 것이 됐다’는 뜻이다.
브랜딩은 상대방의 언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전 브랜딩은 진심 어린 공감을 일으키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애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잊어버린 상태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애플에서 쫓겨난 후 10여 년 동안 넥스트를 창업하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에서 ‘토이스토리’의 기반을 닦아 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공백 동안 애플은 흔들리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최고 16%까지 올랐던 시장점유율이 1996년 4%대로 떨어졌고 벼랑 끝 애플을 구하기 위해 애플은 다시 잡스를 불러들였다.
이때 잡스는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플은 누구이고 우리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외부 고객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부 구성원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 캠페인이 역사적인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라는 카피를 처음 제안받고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감격했던 이유는 바로 그가 그러한 가치관(비전)을 품고 살아갔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괴짜였고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었지만 그와 같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것을 꿈꿨기 때문이다.
결국 잡스의 비전이 ‘Think Different’라는 모두에게 와닿는 비전이자 캠페인으로 구체화 됐을 때 애플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비전 브랜딩은 CEO가 회사의 가치 체계를 깊이 믿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맥락에서 CEO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외에 또 하나의 뜻을 가진다. ‘Chief Evangelist Officer’이다. CEO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전파하는 전도자(Evangelist)다.
조직원들이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신념 체계를 구축하고 전달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CEO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고객에게는 삶에 대한 희망을, 내부 직원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다.
불황에 저항하는 힘은 결국 희망이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볼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오고 그 능력은 비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브랜더의 상품 : ‘두 겹의 미학’을 브랜딩
브랜더의 상품은 기능적 차원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차원을 가지고 있다.
럭셔리 리조트 아만은 멋진 공간 너머 ‘깊은 평화’라는 천이 덧씌워져 있다. 톰브라운의 4선 카디건에는 회색빛 캐시미어 너머 ‘권력’이라는 차원이 존재한다.샤넬 트위드 재킷도 마찬가지다. 기능적으로는 단순히 상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의복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보이지 않는 상징이 된다.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다. 그것은 프로세서의 속도를 이야기하거나 우리가 왜 윈도보다 나은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키를 생각해보라. 나이키는 신발을 파는 회사다. 하지만 ‘나이키’ 하면 다른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들은 절대 그들의 에어솔이 왜 리복의 에어솔보다 나은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이다. 애플의 상품은 기능의 겹 너머 ‘창의성’의 겹을 가진다.
잡스는 창조적인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바꿔 갈 수 있도록 돕는 무기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의 상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애플에 있어서 혁신이란 그들의 고객이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는 것을 지원하는 뛰어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더의 상품은 두 겹이다.CEO가 이런 두 겹의 미학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은 최소한 두 겹을 가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용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부 조직원이 상품의 새로운 겹을 만들어낼 때 그것을 지지해 줄 수 있다.
브랜더가 되는 것은 ‘레벨 +1’
CEO인 당신은 주로 어떤 게임을 즐기는가. 우리는 게임을 할 때 캐릭터를 선택하고 열심히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올린다. 브랜더가 되는 것은 여러분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려주는 것과 같다.
CEO라는 캐릭터가 자본주의라는 던전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레벨 +1’이다. ‘레벨 +10’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이미 당신이 가진 사업적 감각, 리더십,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높은 레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의 레벨에 ‘와닿는 믿음’과 ‘두 겹의 미학’을 기억해 또 다른 레벨업을 하길 바란다.민경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