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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로테이션 소개팅이 진행되고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여 돌아가면서 1대 1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아미 기자
“매번 지인에게 해달라고 하기도 미안해서 소개팅도 ‘내돈내산’ 해요”

소아청소년과 간호사인 최모(28)씨는 지난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열린 4대 4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했다. 남녀 8명이 테이블 4개에 둘씩 짝지어 앉아 자신의 성향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0분이 지나자 오픈 채팅방에서 ‘자리를 바꾸라’는 알림이 떴다. 이에 남성들은 일제히 일어나 한 자리씩 옆으로 이동했다. 최씨는 “유튜브에서 로테이션 소개팅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세 번째 참여했다”면서 “직업 특성상 주변에 동성밖에 없는데, 이렇게 나오면 여럿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로테이션 소개팅이란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여 돌아가면서 일대일 대화를 하는 소개팅 방식이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심리팅‧에세이팅‧사주팅‧보드게임팅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두 시간 안팎 진행에 참가비는 2~5만원 선이다. 최씨는 “결혼 상대를 찾는 이들도 수백만원씩 하는 결혼정보회사 가입비가 부담스러워 로테이션 소개팅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최모(28)씨가 참여한 로테이션 소개팅 '비긴어게인 심리팅'의 사전 질문지. 첫인상, 공유하고 싶은 취미 등 성향을 주제로 상대와 대화를 나눈다. 이아미 기자

지난해 10월 34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한 직장인 임모(28)씨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직관적으로 와 닿았다”며 “참가비만 내면 되니, 소개팅 전에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부담감이나 밥값‧커피값 등의 비용도 없어 좋다”고 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다이티데이터마켓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지난 3일 기준 ‘프립’ ‘소모임’ ‘문토’ ‘남의집’ 등 모임 앱 사용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나타났다. 모두 로테이션 소개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다. 성비는 앱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남녀 6대 4 수준이다.

로테이션 소개팅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문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82건이던 소개팅 진행 건수는 같은 해 12월 348건까지 늘며 91.2% 증가했다. 프립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로테이션 소개팅 신청 건수가 약 10만 건이라고 밝혔다. 로테이션 소개팅을 주관하는 백승지 비긴어게인 대표는 “지난 2년간 확인된 결혼 커플만 26쌍”이라며 “서비스 초기인 2023년 3월 한 달간 소개팅 참여자 수는 64명 정도였는데, 지난달엔 1220명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10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스타그램 '소개팅 계정'. 사진‧나이‧사는 곳‧이상형 등을 전송하면 운영자가 대신 게시물을 올려주고, 팔로워들이 소개팅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10대를 중심으로 ‘소개팅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계정 운영자에게 DM(개인 메시지)으로 사진‧나이‧사는 곳‧이상형 등을 전송하면 운영자가 대신 게시물을 올려주고, 팔로워들이 소개팅 신청 댓글을 다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안대를 쓰고 만나는 ‘블라인드 소개팅’ 등 이색 소개팅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로테이션 소개팅 등의 인기는 고유성 있고 취향이 다양한 MZ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인식 가진 이들이 과거의 소개팅 방식이 낭비라고 느껴 효율적 방식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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