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탄핵을 넘어 더 탄탄한 대한민국으로 위원회(탄탄대로)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조국혁신당은 고민이 깊다. 조기 대선 채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당의 간판인 조국 전 대표의 수감으로 대선 주자를 잃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물색은 혁신당의 최우선 과제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얼마 전 면회 자리에서 조 전 대표가 ‘혁신당이 정권 교체의 쇄빙선 역할을 해달라. 가장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며 “우리는 후보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더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혁신당 후보의 대선 완주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혁신당 소속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이 없는 조국당’이 상식적으로 대선을 완주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말했고, 다른 의원은 “억지로 진보 진영 표를 분산 시켰다가 ‘민주당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을 듣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 과정 중 한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논쟁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러한 우려는 과거 원내 제3정당이었던 ‘정의당’의 선례에서 비롯됐다. 2022년 3·9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 없이 완주했고, 2.37% 득표에 그쳤다.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47.83%)가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48.56%)에게 0.73%포인트 차로 석패하자, 책임의 화살은 정의당을 향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한 무의미한 완주였다”(민주당 관계자)는 비판이 진보 진영으로부터 쏟아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의당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대선 뒤 곧바로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당선자 9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10 총선 때는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하며 2012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외 정당이 됐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혁신당 입장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상수’라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보 진영 전체가 연합군이 되기 위해 ‘후보 단일화’라는 흥행몰이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정권 교체 여론보다 밑도는 수준이라 반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대신 단일화 과정을 통해 혁신당의 대표 공약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의 정책 연대를 못 박아 혁신당의 핵심 정책을 대선에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를 향해 “집권 후 검찰을 잘 드는 칼로 적절히 활용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다”(1월 29일 황운하 원내대표)며 견제구를 날리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최근 이 대표가 반대하는 개헌 논의에 혁신당이 뛰어든 것도 민주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단일화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6일 조승래 수석대변인)라며 단일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의 그림자가 당의 자립을 억제 하고 있다”(혁신당 관계자)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향후 민주당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 마땅한 묘안이 없는 상황에서 ‘옥중 정치’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옥중 서신’을 통해 혁신당의 청사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 등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또 지난달 11일엔 지지자들이 보낸 영치금으로 탄핵 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나눠줬고, 내달 10일엔 『조국의 함성』이라는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1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전주지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혁신당 지도부의 정책보다는 조 전 대표의 옥중 정치가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된 열린민주당의 선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