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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중국대사 최초로 X 개설 후 활동
미술관 나들이 등 한국 생활 소통 활발
역대 '한국어 능통' 대사들의 불통 딛고
한중 우호 협력·소통 이끌 수 있을까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지난달 24일 외교부 강인선 2차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어려운 시기에 주한중국대사관은 대한민국과 함께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 다이빙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엑스(X·옛 트위터)에 처음 올린 글입니다.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 메시지였습니다. 사고 이틀 전 한국에 입국한 다이 대사가 공식 활동도 개시하기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이 대사는 주한 외교사절 가운데 가장 빨리 애도 메시지를 냈습니다.


다이 대사의 X 데뷔
가 외교가에서 화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은 언론 접촉에 소극적인 편입니다. 주한중국대사관 역시 기자의 접촉이나 취재가 극히 제한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죠. 현안과 관련한 취재 문의에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보고 후 말씀 드리겠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할 뿐, 외부에 폐쇄적인 태도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런데 신임 대사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한 일이 X에서의 '소통'이니 화제가 될 수밖에요.

8일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이 대사의 X 계정 개통은 대사 자신의 의지가 컸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입국과 동시에, 부임 소식을 알리는 X 계정이 등장한 이유죠.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어를 못하는) 대사가 중국어로 글을 작성하면 대사관 직원들이 번역해서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대사관 명의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운영하긴 했어도,
대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소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입니다.

부임 한 달 동안 다이 대사는 X에서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올린 게시물은 87개에 이릅니다. 주로 한국 정부 인사와 한중 관련 단체 등 각계 인사를 만난 동정과 대사관 소식, 중국 본토 소식 등 공적인 정보가 대부분이지만, 대사의 한국 생활에 관한 소감도 종종 친근하게 올라옵니다.

일례로 지난 1일, 다이 대사는 경기 파주 오두산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한반도 분계선을 바라보는 사진을 올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을 찾아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를 감상하면서 "양국이 문화적으로 가깝고, 국민들 간 유대감이 깊으며, 우호 교류와 상호학습을 확대할 공간이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생각을 남기기도 했죠. 그간
보도자료나 기자회견 등 공식 채널을 통한 일방향 소통을 선호했던 과거 대사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입니다.

지난달 30일, 다이빙 대사는 설 연휴에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해 전시를 관람한 뒤 그 소식을 X에 남겼다. X 캡처


'중국 외교관=전랑외교 수호자?'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사실 다이 대사의 소통 행보는 한국생활 첫날부터 예견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했는데요. 일정이 취재진에 미리 알려졌지만, 첫 일성은 서면 연설문으로 대체하고 현장 발언은 따로 없을 것이라 공지됐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각을 세웠던 한중관계가 모처럼 개선 물살을 탄 중차대한 시기에 부임한 다이 대사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겠죠. 현장 취재진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다이 대사에게 마이크를 건넸는데요. 그는 즉흥적인 상황에서도 웃으며 "중한 양국은 아주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면서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해 막중한 책임감과 영광,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중국 외교관'이라고 하면 늑대처럼 주변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랑외교' 수호자로만 생각했던 한국인들의 고정관념을 일부 깬 '의외'의
순간
이었죠.

한국어 능통한 전임 대사들의 '불통'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해 본국 귀환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을 거친 중국대사는 총 9명(다이 대사 포함)입니다. 중국 대사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되는데요. 장팅옌, 리빈, 닝푸쿠이, 싱하이밍으로 대표되는 북한에서 유학했거나 조선어(한국어)를 전공한 '한반도통'과 청융화, 추궈훙, 우다웨이처럼 일본에서 유학하거나 일본어를 전공한 '일본통'이 번갈아 부임했습니다. 6대 대사인 장신썬 전 중국대사처럼 이와 무관한 지역의 업무를 한 '국제통'도 있었지요.

다이 대사는 30년 외교관 인생의 대부분을 아프리카 관련 부서에서 일했고, 직전에 주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만큼 '국제통'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장신썬 전 대사 이후 두 번째죠.
한국과 전혀 연이 없는 다이 대사의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이 한국을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
도 외교가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직 대사들을 보면 꼭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원활한 소통을 담보하지는 않았습
니다. 전임 싱하이밍 대사는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한 한반도 전문가로, '서울말'과 '평양말'을 구분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죠. 그러나 임기 내내 설화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여론과 정치인 발언에 대한 공개 비판이나 '내정 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아,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죠.

다이 대사는
싱 대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아직까지는 신중한 모습입니다.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초반에는 한국 각계 인사들과의 인사를 마친 후 점점 언론 인터뷰 등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 대통령의 신임장 제정 절차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개최해 초장부터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던 싱 전 대사와는 대조적입니다.

그간 한국어가 능통했던 '한반도통' 중국 대사들은 어김없이 소통 측면에서 아쉬운 장면을 남겼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초대 주중대사인 장팅옌의 "조선전쟁(한국전쟁)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우리도 피해자라는 사실"이라는 발언은 역대 중국대사 설화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23년 싱 전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한
"미국 승리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이른바 '베팅 발언'은 외교적 망언
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죠. 2008년 닝푸쿠이 전 대사는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중국인 폭력 사태를 부추긴 혐의로 현직 대사로는 처음 피소됐었죠.


그렇기에 오히려
'한국어 못하는' 소통형 신임 주한중국대사에 내심 기대감이 더해지
는 분위기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올해와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유력해지는 등 한중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탄 지금, 한국 생활을 시작한 다이 대사가 먼 훗날
양국 우호 교류의 격을 높인 대사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문지방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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