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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중에서]

서울 대학로의 한 작은 서점.

시를 쓰는 유희경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입니다.

시는 작가 한강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소설보다 찾는 사람이 훨씬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시집 서점이 가능할까?

유희경 / 시인
실제로 시집 서점이 처음 열렸을 때 정말 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 제가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2년 그러니까 보통 임대 기간이죠. 2년을 버티면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곧 9년이고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0년이 되도록 유지되고 있는 시집 서점이 한국의 시 독자들이 살아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집은 얼마나 판매되고 있을까?

유희경 / 시인
제가 일본 아사히 신문사하고 인터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시집이 1만 부, 2만 부, 어떤 시집은 5만 부도 나가고 10만 부도 나간다고 얘기했더니 너무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거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대단히 흥미로워합니다.

누구나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는 시대에도 문학의 역할은 남아 있을 거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유희경/시인
영상은 그대로 현시해요. 바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내가 어떤 상상을 하거나 판단을 하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웃긴 장면에서는 다 웃고요. 슬픈 장면에서는 다 슬퍼하고 화내야 될 장면에서는 화내게 되죠.

그런데 활자로 만들어진 세계는 그것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만 앞으로 전개가 가능합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 것인가.

책은 여전히 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할 거예요.

영상의 시대에도 책과 우리 문학을 살아있게 하는 힘은 여전히 독자들에게서 나옵니다.

내년이면 창간 60주년을 맞는 대표적인 문예 계간지 <창작과 비평>.

염종선 / 창작과비평사 대표
매호 잡지의 발행 부수는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한데 1만 부 가까이, 그래도 7~8천 부 이상은 기본으로 해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창비>와 다른 대여섯 종의 주요 문예지를 합하면 수만 명의 독자들이 잡지가 나오는 계절마다 적극적으로 문학작품을 읽고 있는 겁니다.

염종선 / 창작과비평사 대표
그렇게 가장 열성적이고 핵심적인 독자들이 존재하시고 그분들이 항상 반응을 해주시기 때문에, 한강 작가님을 비롯해서 한국 문학의 주요한 작가와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그런 토대가 된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수상 발표 직후에만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한강 작가의 책들.

100만 부가 넘는 문학 베스트셀러는 이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문학은 여전히 출판계의 중심축입니다.

염종선 / 창작과비평사 대표
과거에는 100만 부짜리가 1년에 두세 종 이상은 나왔었는데, 요즘에는 10만 부 정도 판매되는 문학서적이 한 서너 종, 많으면 네다섯 종 정도가 나오고 있고 그게 그간의 흐름이었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문학은 전체 예를 들어서 베스트셀러 목록이 한 100권이 있다고 그러면, 그중에서 20권 이상 22~23권 정도는 문학이 차지하는 그런 통계가 나오고 있거든요.

혼란의 시대, 아름다움보다는 고통과 슬픔이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

우리 시대, 문학의 의미를 물었을 때 한강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강 / 작가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쓸 수 있는 어떤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떤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이 꼭 필요한 이유.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은 같은 질문에, 우리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힘이라고 답했습니다.

안나-카린 팜 /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거나 경험한 것이다. 또는 등장인물이 보거나 경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 : 유동엽
촬영 : 임현식
편집 : 안영아
스웨덴 코디 및 통역 : 정재욱
자료조사: 이혜담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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