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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마음 안녕한가요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email protected]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무리하고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일,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만나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통제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어렵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이런 ‘자기 조절’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한편에는 그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자기 조절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많아진 이 시대의 아이들은 더욱 혼란을 겪기 쉽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을 잘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려 <자기 조절>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행동, 인지, 관계, 그리고 즐거움과 동기를 더 잘 조절하는 방법을 부모와 양육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자기 조절’에 대한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자기 조절이란 간략히 말해서 외부 환경과 내부의 자극에 반응해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외부 환경의 예를 들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킨 상황인데, 아이가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지시를 따르는 게 자기 조절이다. 이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뭔가 불안이 올라오거나 화가 나는 내부의 자극이 있을 때 그런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보면 간단한 지시도 따르지 않거나, 당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정도의 사소한 좌절조차 견디지 못할 만큼 자기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부모들도 어떻게 해야 아이가 조절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데, 문제를 잘 이해하고 아이를 잘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 자기 조절이 어려워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이 늘었다고 체감하나.

“자기 조절과 연관되는 질환 중엔 유병률이 늘어난 질환도 있고 과거보다 발견이 더 많이 된 경우도 있다.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자해·자살 시도는 확실히 옛날보다 늘었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늘어났다기보다는 발견이 많이 되는 쪽에 가깝다. 근데 진료실에서 느끼는 건 단순히 수가 늘었다기보다는 과격하고 폭발하는 아이들, 조절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엔 주로 청소년기에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심한 욕을 하거나 칼을 들기도 하고 자살하겠다고 하는 등의 사례가 많아졌다.”

난폭 행동·자해·무기력 등 증상

조절 못하는 연령 갈수록 낮아져

천천히 ‘맞는 방향’으로 가도록

부모가 이끌어주고 지켜봐줘야


- 자기 조절을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조절의 정도가 너무 커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능력보다 세상이 나한테 더 많이 요구하면 힘들지 않나. 선행학습을 너무 많이 하는 대치동의 아이들을 보면 ‘7세 고시’라고 해서 ‘빅5’ 영어학원에 못 들어가면 인생이 망한 것처럼 여기는 정서가 있다. 세상이 더 획일적으로 애들을 성적과 대학에 따라 서열화하고, 그러다 보니 부모들의 불안도 높아지면서 아이들을 보듬어주거나 훈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또 옛날에는 조부모나 친척, 이웃 등 아이를 같이 돌봐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부모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잘 훈육해서 자기 조절력을 키워주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도 같다.”

- 그럼 지금보다 아이들에 대한 개입이 적었던 예전 방식으로 육아를 하는 게 도움이 될까.

“그 시절엔 마을이 같이 키운다는 느낌도 있고 아이가 알아서 크도록 기다려주는 등의 장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데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그때의 육아 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가끔씩 엄마와 아빠가 이 문제로 싸우는 걸 볼 때가 있다. 엄마는 영어도 시키고 뭐도 시켜야 된다 그러고, 아빠는 그런 거 안 시켜도 때 되면 다 알아서 한다고 맞선다. 옛날에는 웬만한 대학 나오면 취업도 쉬웠는데 요즘은 서울대 나와도 취직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세상이 더 팍팍해지니 애를 키우면서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이 자꾸 올라오는 현실을 사는데, 과거로 돌아가기란 어렵다.”



- 아이가 ADHD가 의심되고 자기 조절이 어렵다면 어느 정도일 때 병원에 데려가는 게 좋을지 기준을 제시해준다면.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하라고 한 과제를 끝마치지 못한다거나, 정해진 날짜 안에 제출해야 하는 걸 가방에 만날 들고 다니면서도 못 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가르쳐서 개선이 되면 큰 문제는 아닌 거다. 말하자면 학교 가는 건 혼자서 잘 가지만 아침에 가방 싸는 걸 못할 경우 가방 정리를 가르쳐서 잘하게 되면 괜찮은 것이고, 반면 아무리 가르쳐도 학교 사물함이 엉망진창이라 숙제할 책도 꺼내오지 못하는 식으로 문제가 반복되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ADHD는 잘 낫는 병이라 빨리 진료를 받을수록 좋다.”

- 진료실까지 방문하면 치료는 무엇부터 시작하나.

“실제로 진료한 초등학생은 약간 산만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일 컸다. 그런데 엄마가 그만하라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애랑 싸우더라도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하고 징징거린다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행동을 조절하는 치료적 의미가 있다고 조언해 줬다. 그러니까 아이 엄마가 단호한 태도로 딱 바꾸고 나서는 한 달 만에 아이의 생활 규칙이 딱 잡혔다고 하더라. 또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는 부모에겐 잔소리 목록을 만들어 오라고 했더니 그 부모가 작성하면서 자신이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는 걸 깨닫고 줄여서 아이와의 사이가 좋아진 경우도 있다.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도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 자기 조절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사람마다 달라 전문가의 조언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책에도 쓴 쌍둥이 사례가 떠오른다. 두 명 다 조절을 못하고 과격한 점은 같은데, 하나는 진짜 산만해서 그렇고 다른 한 명은 불안이 너무 높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차이가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같아도 숨어 있는 어려움은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청소년에게 진짜 많이 보이는 우울증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과격한 아이, 자해하고 죽겠다는 아이, 무기력해서 늘어져 있는 아이 등 증상이 다 다르다. 이런 아이들에겐 심리검사나 약물·상담치료, 또래 관계를 훈련시키는 사회성 치료 등 아이의 상태에 맞는 다양한 치료를 시행한다.”

-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모나 의사가 아이를 두고 자기 조절을 잘하게 키우고 치료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한 번에 쫙 따라오는 건 아니다. 잘하는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고 그러면서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성장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끄는 방향으로 다 오지는 않고 50~60%만 와도 그게 점점 쌓이면 자기 조절력이 생긴다. 그러니까 결국 부모가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를 개조하는 게 아니고 애가 천천히 맞는 방향으로 가도록 옆에서 방향을 보여주고 격려해 주고 지켜봐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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