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외국 정상과 만난 건 일본이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사람은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를 구축한다’는 공동성명도 낸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과 중국 공동대응을 통해 미일 동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2016년 당시 트럼프와 아베 신조 총리가 밀월 관계를 유지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상 간 친분을 토대로 국익을 챙길 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인 우리가 당장 일본처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 쉽지 않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도 아직껏 성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선 이번 미일 회담 결과를 다각도로 꼼꼼하게 분석, 향후 대미 외교 전략 수립 등에 적극 참조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대미 무역 흑자가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일본에 내민 청구서는 우리가 받을 청구서일 수도 있다.
정상회담이 안 된다고 각 분야별 각 수준별 소통을 늘리는 노력까지 포기해선 곤란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전화 통화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16일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많이 지체됐다. 당초 내주 중으로 예상됐던 조태열 외교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 외교에 한계가 있다면 아예 민간 외교와 기업 외교에 방점을 두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라도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당장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그만큼 번 시간을 중국 견제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외치는 트럼프에게 우린 과연 무엇을 주고받을지 전략을 세우고 준비하는 데 충분히 쓰는 게 현명하다. 국가 리더십 공백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익을 지키는 데엔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