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인 상황에서 외국 정상이 한국 고위급 관계자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7일 오후 4시 30분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太陽島)호텔에서 우 의장을 만나 회담했다. 의전서열 2위인 한국 국회의장이 시 주석을 단독으로 만난 건 지난 2014년 정의화 의장 이후 11년 만이다.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직무정지인 상태에서 사실상 양국 최고위급 만남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희망한다”며 “중국의 개방과 포용 정책은 굳건하고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이 요구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몇 년 전 협조를 지시했다”며 “한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한·중 FTA 투자 후속 협정에서도 성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면서 “양국 교역을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첨단 분야에서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들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활동을 위해 중국 측 협조를 요청했다.
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정국이 회담 주제로 올랐다. 우 의장은 “현재 정국은 불안정하지 않고 한국인의 저력으로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도 “한국 국민에겐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우 의장이 요청한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시 주석은 “국가주석 참석은 관례”라면서 “관련 부처와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회담은 당초 15분으로 예정됐지만 이를 훌쩍 넘긴 40여 분간 이어졌다. 양국 정상 간 마지막 만남이었던 지난해 11월 15일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 당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약 20분간 회담했다.
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현재 한국은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상외교 멈춤 상태다. 새로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미국과의 외교장관 회담 조율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접촉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상외교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우 의장의 중국방문을 통해 시 주석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이번 우 의장의 방중은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초청을 받아 4박 5일 일정으로 이뤄졌다. 우 의장은 베이징에서 자오 위원장을 만난 뒤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하얼빈으로 건너갔다. 우 의장은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시 주석 주최 오찬에도 부인 신경혜 씨와 함께 참석했다. 하얼빈을 방문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초청받은 자리다. 이곳엔 사디르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찬 축사에서 아시아가 세계 다극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주의와 일방주의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며 세계 다극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평화롭고 화목한 공동의 꿈을 지키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위해 아시아가 힘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