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 8개월 만에 재개
국민일보DB
여야가 ‘선(先) 모수개혁, 후(後) 구조개혁’의 순서로 국민연금을 개혁하자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지난해 5월에 21대 국회의 회기 종료와 함께 무산됐던 연금개혁 논의가 8개월여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의 주체 등을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이 연금개혁 관련 모수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이다. 조속히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모수개혁이 좀 더 손쉽게 될 수 있다면 그것부터 먼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에 호응해 연금개혁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모수개혁이란 연금 시스템 전체를 손보는 대신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등의 수치를 조정하는 걸 말한다. 지난해 5월에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4%로 올리는 쪽으로 합의 직전까지 갔었다. 다만, 막판에 국민의힘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동시 진행을 요구하면서 불발됐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모수개혁 중 보험료율 부분만 먼저 합의한 뒤 소득대체율을 42~44% 사이에서 협의하고, 마지막으로 구조개혁을 하자는 쪽으로 중재안을 냈다.
그러나 여야는 ‘모수개혁부터 논의하자’는 공감대를 이뤘을 뿐, 모수개혁을 언제, 어디에서 논의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위에서 모수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빠르게 모수개혁을 논의한 뒤 구조개혁을 연금특위에서 다루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모수개혁 중 소득대체율은 구조개혁(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논의)과 연계하자는 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여야는 당초 연금개혁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나 반도체 특별법 등과 함께 다음 주 초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권 위원장, 이 대표가 참석하는 여·야·정 국정협의체 4자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4자 회담 연기를 요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직을 민주당에 양보하겠다는 뜻까지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할 생각이었으면 국정협의체는 왜 하자고 한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회담 연기 요구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연금개혁 논의 착수를 주문하면서 “(여당이) 앞으로는 (연금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발목을 잡는 행태를 이번에는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