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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보수성향 예비역 장군 반발에도 군 신뢰 회복 앞장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피트 헤그세스 신임 미국 국방부 장관과 지난달 31일 첫 공조 통화를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양쪽은 70여년 간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으로 발전해온 한-미 동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미동맹의 협력 수준과 범위를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국방부 제공

행정부에서 차관은 장관 다음으로 높은 자리로, 이른바 ‘넘버 2’다. 하지만 국방부 차관은 군 서열 9위로 ‘넘버 9’이다. 국방차관은 장관과 대장 7명 다음이다. 구체적인 군 서열은, 국방장관(1위)-합동참모본부 의장(2위)-육·해·공군 참모총장(3~5위)-대장(6~8위, 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한미연합사 부사령관)-국방차관(9위)-중장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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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로 김용현 장관이 물러나고 지난해 12월5일 김선호 차관이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됐다. 당시 군 내부에선 장관 직무대행 체제 작동이 가능할지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넘버 9이란 국방차관 서열 때문이었다.

정부조직법에는 “차관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른 부처에선 장관 부재시 넘버 2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는 게 자연스럽다. 이와 달리 국방부는 장관의 국외 출장 등으로 차관이 잠시 직무를 대행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곤 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군 특성 탓이다. 장관 대행을 맡은 차관이 필요하면 합참 의장의 보고를 받고 지시도 내려야 하는데, 넘버 2 합참 의장이 넘버 9 국방차관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게 불편하고 어색했기 때문이다.

합참 의장뿐만 아니라 육·해·공군 참모총장, 육군 야전군 사령관(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의 서열이 국방차관보다 높다. 합참과 육·해·공군 본부 간부들이 국방차관의 지시보다 합참 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의 지시에 더 귀를 기울이기 십상이다. 국방차관의 영(令)이 서지 않기 때문에 역대 국방차관들은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일부 실세 차관을 제외하면 군 내부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차관)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김선호 차관은 지난 2023년 10월 취임했다. 그는 육사 43기(1983년 입교)로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이다. 김 차관은 신원식 전 장관에 이어 김용현 전 장관을 보좌했다. 신원식·김용현 전 장관이 워낙 개성이 강했기 때문에 김 차관이 돋보일 기회가 없었다. 군 내부에서 김선호 차관은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이고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석열 대선 캠프 실세였던 김용현 전 장관,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신원식 전 장관과 달리 그는 윤석열 정권과는 직접 인연이 없었다. 김 차관은 2020년 수방사령관을 마친 뒤 청와대 국방비서관 제안을 거절하고 전역한 뒤, 국방개혁 관련 포럼을 만들어 국방교육과 자문 활동을 해왔다. 신원식 당시 장관이 그를 차관으로 추천해 대통령실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국방차관 자리가 영이 서지 않는 데다, 부드러운 성품의 김선호 차관이 갑자기 장관 직무대행을 맡아 내란사태 이후 풍비박산이 된 군을 수습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김 대행은 고비마다 단호한 리더십을 발휘해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달 29일 오전 9사단 강안경계부대를 방문해 현행작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첫 고비는 제2 계엄 가능성이었다.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전까지 제2 계엄 선포 우려가 강했다. 김선호 차관은 장관 직무대행이 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예정에 없던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2차)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참은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김 차관의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충암파 김용현 전 장관이 사라진 상태여서, 군 명령계통상 장관 직무대행과 합참이 병력 동원에 응하지 않으면 계엄 실행이 불가능했다. 당시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전으로 여전히 군 통수권자가 윤 대통령이라, 김 차관의 ‘제2 계엄 거부’ 선언을 두고 보수 성향 예비역 장성들은 “항명”이라고 비난했다.

두 번째 고비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수방사 55경비단 장병 동원 논란이었다. 지난달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국방부는 대통령경호처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55경비단은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곽지역을 경계하고 있다.

당시 김 차관이 체포영장 집행 장면을 방송으로 보면서 “저기에 장병들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시해 국방부 입장이 나왔다고 한다. 55경비단 병력 즉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려고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을,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 윤 대통령을 지키는 ‘사병’처럼 투입한다는 건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저지에 장병 투입 금지’ 입장에 대해 보수 성향 예비역 장성들은 “왜 대통령 경호부대가 대통령을 지키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동안 김 차관 휴대전화에는 육사 선배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고 한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관 왼쪽은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 오른쪽 첫번째는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국방 정책을 총괄하고, 국방정보본부장은 국군방첩사령부를 지휘·감독하고, 합참 작전본부장은 작전부대를 관할한다. 이들이 기자회견에 배석한 것은 만약 비상계엄이 발령되더라도 국방부와 군은 수용·시행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읽힌다. 연합뉴스

김 차관이 두 차례 고비에서 내린 판단 기준은 ‘신뢰받는 군대 만들기’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3일 직무대행을 맡은 후 전군에 처음 하달한 지휘서신 1호에서 “우리 군이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본연의 임무’ 완수에 충실할 때 국민은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휘서신에서 신원식·김용현 전임 장관들이 강조했던 북한 도발시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 구호는 사라진 대신,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신뢰받는 군대 만들기’를 강조한 것이다.

내란사태에 가담하고도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식으로 발뺌하는 군 주요 지휘관들의 무지성·무책임이 난무하는 와중에 넘버 9 국방차관의 재발견이 돋보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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