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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판기 등을 중심으로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타격 첨가제. 니코틴이 아니라 유사 니코틴을 사용해 규제를 피했지만, 인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종훈 기자
지난 3일 서울 강남역 근처 무인 전자담배 매장. 화려한 조명의 자판기 화면엔 전자담배용 액상 제품들 사이로 1만 원대 '타격 첨가제'가 자리 잡았다. 제품 정보를 누르니 "보기보다 타격감이 엄청 세다" 등의 사용 후기가 올라왔다. 포장지 성분명엔 일반적인 담배에 포함되는 니코틴이 아니라 메틸 니코틴, 이른바 '유사 니코틴'이 표시됐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시 타격감을 높여준다는 첨가제가 전국 무인 매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러한 유사 니코틴 제품은 독성 연구 등 안전장치가 전무해 잘못 쓰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사각을 틈탄 신종 담배가 끊임없이 출현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셈이다.



'타격감 높여준다'는 유사 니코틴 제품…"극히 위험"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비슷한 화학 구조를 가진 합성 물질이다. 이런 성분이 담긴 타격 첨가제는 전자담배용 액상에 몇 방울씩 섞어 흡연 효과를 높여준다. 소량 사용만으로 각성·진통 효과가 있고 중독성 강한 니코틴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홍보 문구도 '한 방울당 니코틴 1mg/ml와 비슷한 타격감을 낸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유통 중인데, 주로 무인 자판기·온라인 플랫폼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게 문제다. 신종 물질이라 해당 액상을 흡입하면 어떤 독성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희석 없는 원액이라 '단독 사용 불가'로 표시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 최대 10방울만 넣으라는 주의 사항도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과다 이용 시 니코틴 급성 치사량(성인 기준 40~60mg)에 준하는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에 설치된 자판기에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제품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신호상 전 공주대 교수는 "유사 니코틴 성분에서 제일 중요한 게 독성"이라면서 "니코틴처럼 평소 써오던 물질이 아니라 만성 독성 실험 결과 등이 거의 전무하고, 화학적 구조도 알 수가 없다. 극히 위험한 만큼 조금만 사용하는 걸 넘어 아예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제도 허점에 무제한 판매…규제 움직임 잠잠
이런 제품이 무방비로 팔리는 배경엔 제도적 허점이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뱃잎(연초)에서 추출한 니코틴 성분이 없으면 담배 제품이 아니다. 유사 니코틴 제품은 경고 그림·과세 등 각종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또한 화학 물질이라도 소량 수입하면 성분 검사 등을 피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신종 담배는 최근 몇 년 사이 담뱃잎 니코틴→줄기·뿌리 니코틴→합성 니코틴을 거쳐 유사 니코틴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렇다 할 규제 움직임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유사 니코틴 제품을 명확히 분류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유사 니코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유해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미국 폐 협회 등 전문가 단체도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유사 니코틴 제품을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전자담배 무인 자판기 내 신분증 인증 장치. 정종훈 기자


무인 판매에 청소년 노출…"신종담배 판금 등 필요"
그러는 사이 '무인 판매'를 타고 청소년 건강까지 위협한다. 성인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자판기에서 신분증 도용, 위조 신분증 등으로 유사 니코틴 제품을 살 수 있다. 기자도 다른 사람 신분증으로 자판기 성인 인증을 거쳤더니 몇 초 만에 '무사통과'했다.

담배 업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관계자는 "아무 규제 없이 무인 자판기로 유통되니 판매자가 미성년자를 걸러낼 수도 없다. 청소년 구매 후 오남용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신종 담배 물질의 인체 영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건 문제"라면서 "국민 건강, 특히 청소년 건강을 위해서라도 판매금지 등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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