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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우려 성명 냈다” 간단 언급 뿐
‘윤석열 방어권’ 안건 진통은 설명 없어
지난달 13일 전원위의 ‘내란 정당화 안건’의 상정을 앞두고 야당 방문단의 항의를 받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각 국가 인권 기구들의 등급을 심사하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사실 왜곡과 과장이 담긴 ‘자화자찬’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안 위원장의 서한 내용 대부분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한을 보면, 안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간리 승인소위의 실무를 담당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발송한 이 서한에서 △인권위 상임위와 전원위가 정상화되었고 △계엄 선포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하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일부 인권위원들의 반인권적 언행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인권위 상황을 호도하는 서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 속한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간리에 서한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특별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각 국가 인권기구의 등급을 매기는 국제기구 간리의 정기심사는 5년에 한 번 이뤄진다. 이번 국내 시민단체들의 특별심사 요청으로 간리는 한국 인권위에 해명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서한은 지난해 10월 말 첫 답변에 이은 추가 서한이다.

첫번째 해명서에 이어 두번째 추가 서한 역시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특히 12·3 내란사태 이후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위원장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안 위원장 설명이 대표적이다. 현재 인권위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죄 피고인’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엄으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전원위 상정 문제로 파행 중이지만, 이런 내용은 서한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이 서한의 발송 시점은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을 상정하려다 인권단체 등의 항의 속에 전원위가 무산된 지 3일 만이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인권위 내부에서 빨리 위원장이 성명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했음에도 8일 만인 지난해 12월11일에야 성명을 냈고, 인권침해에 대한 구체적 지적 없이 추상적 내용을 나열한 ‘맹탕 성명’이었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직권조사는 사실상 기각한 데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안건까지 버젓이 상정했으면서 서한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위원장은 서한에 “인권위가 정상화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서한 앞머리에서 “위원 간 의견 대립 등으로 위원회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던 상임위는 위원장이 나서서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며 12월5일부터 재개되었다”고도 밝혔다. 상임위 개최 문제를 안 위원장이 나서서 해결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안 위원장은 지난해 12월5일 첫 상임위를 열기까지 3개월간 “상임위에서 국장들과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없으니 자리 배치를 변경하라”는 김용원·이충상 위원의 요구를 들어 상임위 개최를 방기한 바 있다.

한편 김용원 상임위원은 “반박할 필요가 없다”며 끝내 의견서 제출을 거부했다. 김 위원은 간리 의견서를 미제출한 사유에 관한 서미화 의원실 질의에 “국내 일부 인권 단체들이 낸 인권위원에 대한 갖가지 허위, 왜곡 주장들에 대하여 굳이 추가로 반박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함. 국제인권기구를 상대로 허위, 왜곡 주장들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불법행위는 국익을 해치는 것이므로 근절되어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미화 의원은 한겨레에 “윤석열 내란수괴 방어 안건이 상정된 상황에서 간리에 직접 보낸 안 위원장의 셀프칭찬은 용납될 수 없는 망언”이라며 “극우세력과 함께 정치 선동을 일삼는 김 위원과 이를 묵인하고 두둔하는 안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위원장이 간리에 보낸 서한 전문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소위(SCA) 사무국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국가인권기구와 지역별 메커니즘국(NIRMS)에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이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OHCHR NIRMS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위원회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제3자 의견서 제출이 이루어져, 인권옹호자 탄압, 인권위 업무 방기, 인권위 신뢰 및 독립성 훼손 우려, 사회적 소수자 보호 노력 역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에 대해, 10월 20일 답변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 후 11월 21일 OHCHR NIRMS와 후속조치에 대해 비대면으로 논의하였는데, 이때 보여주신 전폭적인 지원 및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회의 당시, 우리 위원회 활동에 중요한 변화가 있으면 추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현재 우리 위원회의 주요한 활동을 공유하기 위해 이 서한을 드립니다.

첫 번째로는 ‘인권위 업무 방기’ 등을 통해 우려가 제기되었던 상임위와 전원위의 정상화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원 간 의견 대립 등으로 위원회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여 7개월간 안건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상임위는 위원장이 나서서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며 12월 5일부터 재개되었습니다. 또한 한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전원위도 위원장 취임 후인 9월 30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상화 이후, 위원회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지체되었던 안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임위는 정상화된 후에, ‘범죄피해자구조청구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정 정년 연장 관련 제도개선 권고’, 기후 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와 관련한 정책권고를 발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인권위원들과 사무처의 노력의 결과, 전원위와 상임위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은 과거와 차이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 위원장의 취임 이후 과거 인권위가 추진했던 내용들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과거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분야에도 새로운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SOS어린이마을 인권현장과 인구급감 지역 노인 인권 현장 등을 방문하고, 국립법무병원을 방문 조사했으며, ‘세계 아동의 날’을 맞이하여서는 아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을 위해 디지털 성착취,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등 우리 사회의 아동 인권 현안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강제실종과 관련된 북한인권단체와 간담회를 가지는 등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대정부 성명 등을 통한 ‘인권위 신뢰 및 독립성 훼손’ 우려 불식입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제기된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계엄 선포 관련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12월 말 일어난 비극적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서도 긴급히 성명을 내고, ‘인권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초점을 둔, 피해 수습, 복구, 피해자지원, 재발 방지 대책 등의 재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제3자 의견서에서 전반적으로 주요하게 문제 제기가 되었던 이충상 상임위원이 2024년 11월 사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려했던 부분이 다소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 위원회는 파리원칙을 준수하고 인권 보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APF 거버넌스 위원으로서 아태지역 국가인권기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GANHRI 고령화실무그룹 의장기구로서 고령화 사회에서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최근 우리 위원회가 보여준 긍정적인 변화 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별심사 개시를 재고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앞으로의 절차 속에서 OHCHR NIRMS 여러분의 긴밀한 지원과 관심을 요청드립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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