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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창업 기업 큐어버스, 치매 신약 후보물질 개발
바이오스타 사업으로 출연연과 외부 연구자 연결고리
바이오스타 사업 종료되자 연구실 공간 나가야 해
이해충돌 방지법 등 딱딱한 제도 운영도 문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만든 기술이나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기술사업화라고 한다. 한국의 기술사업화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조선비즈는 기술사업화 확산을 위해 성공적으로 기술이전이나 창업을 한 사례를 소개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술이 돈이다’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작년 10월 16일 이탈리아에서 전해진 소식에 국내 바이오 업계가 들썩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가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3억7000만달러(약 536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역대 기술수출 가운데 최대 금액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까지 나서서 홍보에 열을 올릴 정도였다.

이탈리아 제약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큐어버스가 개발한 치매 신약 후보물질인 ‘CV-01′이다. 그동안 치매 치료제는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이 뇌에 과다하게 쌓이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방식은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박기덕(왼쪽) KIST 뇌과학연구소장과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가 지난 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KIST


박기덕 KIST 뇌과학연구소 소장 연구진은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 자체보다 염증반응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으로 개발해 집에서 주기적으로 복용이 가능하고, 부작용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큐어버스는 작년 9월부터 ‘CV-01′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큐어버스는 2021년 10월에 만들어져 이제 겨우 3년이 갓 지난 회사다. 직원도 8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적 투자 유치금액이 340억원에 달하고, 3년 만에 5000억원대의 기술수출까지 성사시킬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기술사업화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에서 큐어버스가 이렇게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박기덕 소장과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소장과 조 대표가 함께 큐어버스를 창업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협업을 하게 됐나.

박기덕 소장(이하 박) : “조성진 대표와는 연세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실험실에서 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도 함께 했고, 꾸준히 같은 분야에서 일했다. 둘 다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 왔고, 각자의 연구원에서 기술이전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기술이전은 연구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실제 제품 개발까지 연계가 잘 안 됐다. 물질을 개발한 연구자가 콘트롤 할 수가 없더라. 그런 아쉬움이 있다가 함께 창업을 하게 됐다.”

조성진 대표(이하 조) : “국내에서 신약 개발 회사를 차린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시작한 게 2010년도 후반이다.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전에는 창업을 할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조성진(왼쪽부터) 큐어버스 대표, 오상록 KIST 원장, 라팔 카민스키(Rafal Kaminski) 안젤리니파마 CSO가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IST

-두 사람이 창업으로 의기투합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뭔가.

조 : “바이오스타라는 사업이 있었다. 생명공학 기업 출신 연구자와 KIST 연구자를 연계해 KIST에서 기술창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 덕분에 박 소장과 함께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

박 : “이번에 기술수출한 ‘CV-01′과 후속으로 준비 중인 ‘CV-02′는 국가과제를 통해 어느 정도 개발을 진행한 약물이다. 이 기술을 큐어버스에 이전하고, 큐어버스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바이오스타 사업이 KIST 연구자의 연구 성과와 바이오 기업 출신 연구자가 함께 진행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성진 대표와 함께 하게 됐다.”

-바이오스타 사업이 작년에 종료되면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

박 : “그게 아쉽다. 바이오스타 사업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사업이다. 그냥 연구비만 주는 게 아니라 특허 관련 전문가나 벤처캐피탈 전문가들이 회사 경영을 도와주고, 기술이전에 대한 법, 제도적인 부분도 함께 고민해줬다. 그래서 더 아쉽다. 바이오스타 사업이 작년 6월에 끝나면서 이 사업으로 받았던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표적인 게 공간이다. KIST 연구진과 큐어버스 연구진이 함께 협업할 일이 많은데, 바이오스타 사업이 끝나면서 큐어버스 연구 공간을 빼야 하는 처지다. 간신히 9개월 연장했지만 올해 3월에는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KIST 안에서 연구자들이 함께 개발하는 게 큰 메리트였는데 그게 사라지는 것이다.”

조 : “KIST 인근의 서울바이오허브에 30평 정도 되는 실험 공간을 준비하기는 했다. 계속 KIST랑 일을 해야 하니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하려고 한다. KIST와 일을 하다 보면 출연연이다보니 규정이나 제약이 많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규정이나 제약을 좀 수월하게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 행정적인 소모가 많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박 :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모든 연구장비와 시설,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렵다. KIST 뇌과학연구소 같은 인프라를 창업 기업이 꾸준히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연연에서 창업을 하면 6년까지는 휴직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퇴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출연연에서 퇴직을 하면 그 뒤로는 연구소의 연구장비나 인프라를 쓸 수 없게 된다. 출연연에서 만든 연구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열린 '출연(연) 기술창업 이전 연구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큐어버스의 임상 진행 상황은 어떤가.

조 : “’CV-02′는 미 식품의약품(FDA) IND를 3, 4월쯤 준비하고 있다. ‘CV-01′은 올해 임상 1상이 끝나는데, 2상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 세 번째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안젤리니파마와 2주마다 미팅을 하면서 함께 준비 중이다. 안젤리니파마는 바로 임상 2상을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고, 우리도 필요한 데이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이런 문제는 꼭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다면.

박 : “출연연에서 기술창업을 많이 하다가 갑자기 끊어졌는데, 이해충돌 방지법 문제가 있다. 이해충돌 방지법이 2022년 시행되면서 연구자가 창업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 입장에서는 창업을 할 이유나 유인이 없다. 기술창업을 늘리려면 이 문제는 고쳐야 한다. KIST에서도 창업을 준비하다 이 제도 때문에 포기한 사람이 많다.”

조 : “제도적인 건 박 소장이 많이 이야기했다. 나는 창업을 준비하는 연구자들에게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연구자들이 약한 게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일이다. 좋은 팀을 꾸려서 좋은 아이템으로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투자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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