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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공범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난해 10월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시가 행진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피청구인의 여러 언행을 보자면 무언가 빠진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자신의 계엄 선포로 인해 구속된 군인과 경찰에 대해 단 한번도 미안함을 표시한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4일의 계엄 해제로부터 체포와 지금의 탄핵 심판에 이르기까지 윤석열은 수많은 담화와 메시지를 냈지만 어디에서도 자신에게 충성하다가 내란 가담자로 전락한 군과 경찰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피력한 바도 없다. 오히려 군과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며 궁색한 변명과 회피로 자신만 빠져나가려는 기회주의자 윤석열의 모습이 언론에 중계방송되었다. 지금까지 구속된 내란 피의자만 윤석열 본인을 제외하고도 10명에 이르고 향후 수사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입건될 인사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향후 내란 특검이 성사된다면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것이고 계엄 해제 이후 비화폰 통신 기록을 은폐하고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경호처 인사들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군과 경찰이 권력의 사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집단적 모멸과 수치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내상이다.

이번 내란 사태는 육군사관학교 지원율이 하락하고 경호처의 경호관 모집도 어려워지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호국의 간성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군에 투신하는 순수한 정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었다는 자가 군과 경찰을 마음대로 이용해 먹고 헌신짝처럼 버리는데 어떤 청춘이 국가를 믿고 위국헌신의 군인정신을 기리고자 하겠는가. 차라리 더러워서 침을 뱉겠다고 할 것이다. 지난 수요일에 국회에서 육군첩보부대(HID) 부대장 출신이 2016년에 노상원 당시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임무가 끝나면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 지난 12·3 계엄에 대해 어쩌면 ‘종북 내란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는 군인의 판단이겠거니 하면서 군 지휘관들을 동정하던 사람들에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다. 주적인 북한군이 아니라 아군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이코패스가 계엄의 기획·설계자였다니 우리 군은 이미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인륜을 저버리면서 진급과 출세에 목매는 기회주의자들이 판치는 군대를 생각하면 갑자기 입맛이 없어진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석열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면서, 자신의 지휘 책임도 인정했다. 부하들에게 위법한 행위를 지시한 윤석열과 김용현,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부하들의 더 큰 피해를 막고 특수전사령부 조직을 보호하자는 의도다. 지휘관은 자신이 질 책임이라면 제대로 져야 부하들을 보호할 수 있는 거다. 곽 사령관은 그나마 군인의 품격을 지킨 유일한 지휘관이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과 김용현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양심이자 염치라 할 것이다. 반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나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아무런 소신도 없이 국회 쪽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이후 사법 과정에서 사령관들의 태도의 차이가 적극적으로 참작되어야 정의가 회복될 것이다.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는 본래 비합리적인 조직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신의 영역인데 어찌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부하에게는 죽을지도 모르는 명령을 한단 말인가. 이런 비합리성을 숙명으로 안고 사는 제복을 입은 군인에게는 명령이 갖고 있는 합법적 권위와 직업으로서의 전문성, 상하 간의 의리, 사회로부터의 존중이 곧 생명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군은 국군통수권자로부터 장관과 사령관들에게서 바로 이 생명의 불꽃이 꺼져버렸다. 국민에게 이런 군대는 참다운 군대가 아니라 폭동을 감행할 군중일 뿐이다. 이런 군대는 언젠가 있을지 모를 전쟁에서 반드시 진다. “공은 나에게, 책임은 부하에게”를 신조로 삼는 지휘관에게 군인은 충성하지도 않을뿐더러 국가 안전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번 계엄과 내란 폭동은 바로 군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예고하는 거대한 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는 군 통수 계층을 목격하기란 참으로 고통스럽다. 군 스스로 비겁한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고 군을 사유화한 권력자와 절연하는 자기혁신 운동을 전개하라. 그게 유일하게 군이 회복되는 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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