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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실상 실패
남은 6곳 탐사 동력 지속 의문
지난해 12월24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있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열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에 대한 회의, 졸속 추진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화석연료에 매달려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한단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지지율 만회를 노린 ‘정권 홍보용’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앞서 15년간 해당 구역에서 탐사 작업을 벌여온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가 2023년 1월 철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의혹이 증폭됐다. 본사 주소지가 일반 주택이고 연평균 매출이 3천만원에 불과한 컨설팅사 액트지오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한국석유공사는 결국 자체 예산으로 1차 시추를 진행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를 사실상 자인하자 각계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결과”라며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연구 및 검증, 과학적 데이터를 수반한 국민 설득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실패를 시인한 대왕고래도, 추가로 발견했다는 ‘마귀상어’ 유망구조도, 신뢰성 낮은 액트지오 분석 결과”라며 “액트지오 선정 배경 등 탐사 전반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세종 플랜1.5 정책활동가는 “2050년 석유 수요가 2022년보다 75% 감소할 전망인 상황에서 심해 유전이 아닌 해상 풍력 확보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어떤 경위를 거쳐 그렇게 발표했는지 보고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대왕고래는 시추 계획을 세웠던 7개 유망구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 하나”라며 “나머지 (오징어, 명태 같은 이름이 붙은) 6개 유망구조에 대해 추가 시추 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번 실패로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자체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높아져,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 확보에서 야당의 협조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라 국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야만 후속 사업 추진이 가능할 텐데,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정국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산업부는 2차 시추를 위해 다음달부터 국외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국회에서 정부 예산을 검증받는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 대통령이 앞장서서 사업을 부풀린 결과, 오히려 사업의 제대로 된 추진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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