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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주부 사이 퍼진 상조업체 모객 방식
스타 강사·개그맨 등 무료강연이라 갔더니
강연보다 더 긴 ‘상조업체’ 홍보, 덜컥 가입
전문가 “할부거래법상 금지 행위 해당 소지”

#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호텔에서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씨의 무료 토크쇼가 열렸다. ‘여성만 입장 가능’하다고 안내된 만큼, 대부분 5060 주부가 객석을 채웠다. 박세리씨의 강연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별안간 펼쳐진 보람상조의 홍보를 들어야 했다. 홍보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무료 행사인 만큼, 후원사의 ‘광고’ 같은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지만, 정작 뒤이은 강연 시간보다 상조회사 광고 시간이 더 길었다. 상조회사 직원의 상품 설명이 끝나자, 객석에는 상조회사 가입서가 뿌려졌다. 참가자 A씨는 “무료 행사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는 스타 강사 김창옥씨의 무료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힐링 콘서트’라고 이름 붙인 이 행사 역시 3시간의 총소요 시간 중 1시간20분이 상조회사인 더피플라이프의 홍보에 할애됐다. 참가자 B씨는 “앉아 있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가입을 한 것 같다”면서 “당장 가입해야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설명해 굉장히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상조회사들이 변칙적인 방식으로 모객하는 일이 잦아졌다. 유명 인사를 앞세운 ‘무료 토크쇼’를 연다며 주부들을 끌어모아, 정작 강연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할애해 상조회사 홍보와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 행태다.

2023년 1월 인천의 한 호텔에서 유명인을 앞세운 무료 토크쇼가 진행되는 모습. 주로 5060 주부들이 많이 모인 이 행사에선 토크쇼보다 더 긴 시간을 할애한 상조회사 홍보가 한창이었다. /독자 제공

이런 무료 토크쇼는 주로 유명 스포츠 선수, 스타 강사, 개그맨, 방송인 등을 강연자로 내세운다. 다만 해당 강연은 행사 순서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하고, 이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에게 1~2시간가량 상조회사 홍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조업체 측은 ‘특별 할인가’를 내세우며 “오늘 계약하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라고 홍보하거나, “죄송하지만 (해당 혜택으로) 1인당 계약 가능한 구좌가 0개뿐”, “당장 신청하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라는 식으로 가입을 부추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조업체 측은 긴 시간을 할애한 ‘홍보’가 끝나면 가입서를 배포한다고 한다. 토크쇼 참가자들은 이런 방식의 모객이 황당하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입하게 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60대 주부 김모씨는 “스타 강사가 온다고 해서 갔지, 상조업체 홍보가 이뤄지는 자리인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2주 내 얼마든지 가입 취소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인정(人情)으로 가입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입은 쉽고, 해약은 번거로웠다. 어머니가 관련 행사에 참석해 가입했다가 ‘취소할 방법을 모르겠다’며 대신 해약을 부탁해 왔다는 박모(31)씨는 “자녀의 명의와 카드번호만 적어 내도 별도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가입돼, 모르는 새 내 이름으로 가입이 이뤄져 있었다”면서 “해약하려고 보니 직접 고객센터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상담원 전화를 통하라고 했는데, 상담원 연결이 쉽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한 타깃 층은 주로 ‘중년과 노년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블로그 등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료 강연’이라고 광고하고, 신청자에게 문자를 보내 자세한 행사 일정을 안내한다. 이 문자에는 ‘여성만 입장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서울 지역뿐 아니라, 경남 창원·김해, 대구, 제주 등 전국 지역을 돌며 이런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유명인 무료 토크쇼를 앞세운 행사에서 한 상조업체가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자료를 띄운 모습. /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가입 유도 등이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정위 법률 자문관을 지낸 법무법인 평산 정태원 변호사는 “할부거래법에선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상대방과의 거래를 유도하는 것 그리고 청약의 철회·계약의 해제를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해당 법이나 공정위 지침 등에 따르면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토크쇼들은 ‘본 강연은 후원사 홍보 시간이 포함된 무료 강연입니다’라고만 문자로 안내했을 뿐, 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참석자들은 어떤 자리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기만적 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유명인 무료 토크쇼 안내 문자. '여성만 입장 가능'이라고 해 주로 주부를 타깃으로 한다. '본 강연은 후원사 홍보시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안내하지만, 상조회사 홍보임은 알 수 없다. /독자 제공

과거 공정위 심결례 중에는 “무료 초대권을 배포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특정 영업장소로 끌어들이면서, 무료 초대권 지면에 ‘해외여행 설명회를 겸한 무료 공연’이라고만 표기하고, 대표적인 서비스인 ‘상조 상품’ 또는 ‘상조 서비스’라는 문구를 표기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무료 공연 중간에 상조 상품 판매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에 대해 ‘법 위반 행위’라고 봤는데, 이번 토크쇼 홍보 형태와 유사하다.

공정위는 앞서 올해 업무 계획으로 생애주기별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중엔 노년기의 ‘상조회사’를 겨냥한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공정위가 올해 들여다보는 상조업계 문제는 ‘책임 있는 경영 유도와 부실화 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관련 불법적 영업 행위 단속과 소비자 피해 근절에도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겠지만, 문제가 있다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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