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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 입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요즘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을 담고 있는데요. 반대로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고도 과학자가 되어 연구에 뛰어든 이들도 있습니다. 질병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인데요. 국내에서 매년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3천3백 명 가운데 단 1%인 30명 정도만이 '기초 의학'을 진로로 선택합니다. 척박한 현실에서 의사과학자의 길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남창현 박사

더 많은 암 환자 돕고 싶어 '의사과학자'로

그 1% 중 1명이 카이스트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유전체 연구를 하는 남창현 씨입니다.

남 씨는 내과 전문의가 된 이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남 씨는 입학 이후 박사후 연구원인 지금까지 '어떻게 암이 생기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장암 오가노이드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하는데요, 이걸 키우고 관찰해 유전체 돌연변이가 대장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입니다.

남 씨가 연구를 시작한 데에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혈액종양내과에서 암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자들에게 내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연구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정수 박사

■ 수련 과정에서 부딪힌 '벽'이 연구로

남 씨와 같은 해에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입학한 이정수 씨도 내과 의사입니다.

남 씨와 마찬가지로 졸업한 뒤에도 박사후 연구원 자격으로 카이스트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들어왔을 때 대응하는 면역 세포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내과 수련 과정에서 임상 현장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어떤 장애물을 느꼈다고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굉장히 훌륭한 카레이서라도 차 성능이 미흡한 부분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운전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엔지니어들과 협업해서 자동차의 성능을 강화한다거나 엔진을 좋게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어떻게 보면 운전자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개발과 연구에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연구 성과를 내서 과학계에 기여하는 게 저의 가치관과도 더 맞다고 생각했고요."

■ '의사과학자' 빈국 대한민국

물론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 못지않게 과학자로서 연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계속 탐구하면서 지식을 확장해 가는 일이다 보니 노력한 시간과 비례해 성과가 나지 않고 실패할 때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의사로서 임상 경험은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씨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어떤 답을 얻을 수 있고, 또 그 답이 약이나 백신 개발, 실제 환자 치료 등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빠르게 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임상 현장과 연구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의사과학자의 장점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의사과학자가 첨단 의료 기술이나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의 37%, 글로벌 10대 제약사 책임자의 70%가 이런 의사과학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구하려는 지원자도 부족하지만, 의과학 대학원 졸업생 상당수는 다시 임상의로 돌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왜 다시 임상 현장으로 돌아가는 건지 물었습니다.

결국엔 '일자리'입니다. 미국의 경우 의사과학자들이 글로벌 제약사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등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과학자로서 박사학위까지 받고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운 좋게 교수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시 임상의로 가거나 해외로 나갑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난치성 뇌 질환의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벤처기업 창업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 "의사들도 과학자 역량 필요해질 것"

과거에는 해외에서 개발된 첨단 의료 기술을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사회적으로 임상 수준이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첨단 의료 기술 개발과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게 김하일 카이스트 교수의 생각입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교육해 왔다면 앞으로는 1960년대 미국이 했던 것처럼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회가 발전한 만큼 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정석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또한 앞으로는 의사들도 과학자로서의 역량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의사 중 일부는 앞으로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또한, 연구를 하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는 건 아닐 겁니다. 현장에 돌아간 뒤 연구보다 환자 진료에 집중하더라도, 혹은 아예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연구 경험이 있는 의사과학자들은 현장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어떤 방식으로든 연구 경험을 활용하게 될 테니까요.

의료 기술의 발전,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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