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과 마베 도시히로(오른쪽) 혼다 사장이 지난해 8월 1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와 닛산의 경영통합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통합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혼다와 지주회사 방식의 통합을 모색해온 닛산이 협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5일 보도했다. 닛산은 경영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다만 닛산은 향후 협상 재개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양사가 곧 각각 이사회를 열어 통합 협의 중단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혼다 측이 통합이 생각대로 추진되지 않자 닛산에 자회사화를 타진했고, 이에 닛산 측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양측 주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제 무리다”고 통합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양사는 애초 통합의 방향성을 1월 말 제시하겠다고 했으나, 시기를 2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이때에도 통합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새로운 공동지주회사를 설립해 양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형식으로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미와 중국 시장 부진으로 생산 능력을 20% 줄이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닛산의 구조조정이 지연되자, 혼다는 닛산 주식을 사들여 자회사화한 후 주도권을 잡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북미와 태국 법인의 직원 감원은 결정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에 부딪혀 정리해고 문제를 조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혼다 측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닛산에는 긴장감이 부족하다. 더는 어울릴 여유가 혼다에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혼다와 닛산은 협상 중단이 결정됐다고 보도한 닛케이에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로, 이달 중순을 목표로 방향을 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 기준 혼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398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 닛산은 337만대를 팔아 세계 8위였다. 두 업체를 합치면 판매량이 735만대에 달한다. 이는 1위인 도요타(1123만대)나 2위 독일 폭스바겐(923만대)에는 못 미치지만 3위인 현대차그룹(730만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