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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리모델링조합 해산총회
HDC현대산업개발·DL이앤씨에 170억 채무
대여금 반환 소송 패소했지만 법원 파산 신청할 듯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조합원들이 건설사에 빌려 쓴 돈을 갚지 못하겠다며 법원 파산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돈을 빌려 쓴 조합을 해산시키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가 빌려 쓴 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70억원 가량이다.

민사 소송을 통해 법원이 건설사에 돈을 돌려주라는 확정판결을 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조합원 1가구당 1000만원 안팎의 돈을 거둬서 갚아야 하는데 돈을 내지 않는 조합원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시간이 지체할수록 지연이자만 늘어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2월 3일 서울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내에 리모델링조합 해산총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 = 정해용 기자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오는 22일 리모델링주택조합 해산 총회를 연다. 이 단지는 지난 2008년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설립해 수직증축을 하려 했지만, 적용하려던 신(新) 공법이 기술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17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총회를 통해 리모델링주택조합을 해산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리모델링을 접고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조합은 2016년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2021년 6월 시공사와 계약 해지를 결정할 때까지 112억원을 빌려 사업비로 썼다. 시공계약 해지 이후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중앙지법에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고 2023년 6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HDC현대산업개발에 45억7473만4507원을, DL이앤씨에 66억7106만8217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2021년 10월 28일을 기준일로 이 금액을 다 갚는 날까지 매년 연 15%의 금리를 적용한 지연이자도 지급하라고 했다. 조합은 항소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지연이자를 포함한 원리금은 17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단지가 1758가구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1가구당 967만원 정도를 갹출해야 갚을 수 있는 돈이다.

이번 해산 총회는 리모델링조합을 해산하고 조합 해산 후에 법원에 채무를 갚지 않을 수 있도록 조합 파산 신청을 하기 위한 절차다.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원들을 설득해 1인당 1000만원 정도의 돈을 나눠서 갚는다고 결정을 해도 이에 반대해 돈을 안 내는 사람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결국 시간만 지연되고 이자가 쌓여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이 가장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지금까지 리모델링조합이 파산을 신청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위는 법무법인 지평에 이와 관련된 법률자문을 받았다. 파산 신청을 주도하는 조합원들은 “일부 조합원만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면 돈을 안 내는 조합원들이 생길 수 있고 이들을 강제할 수 없다. 돈을 갚지 못해 지연이자만 쌓인다”며 “파산 신청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수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빌려 사용한 후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이 상도의와 상식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변선보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법에 따라 채무를 면제하기 위한 제도가 있으니 당연히 리모델링조합도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거액을 빌려 쓴 후 갚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파산을 신청하는 것은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정비사업 조합이 갖고 있던 채무를 새로 생기는 조합이 어떻게 인계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채무면탈의 방법으로 조합을 해산하고 다른 조합을 만드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법원에서도 정립된 판례가 없다 보니 파산 신청의 사례별로 파산을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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