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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혁신적인 추론 인공지능 모델 개발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미국의 충격이 크다. 인공지능 업계에선 더 성능 좋은 반도체칩과 더 빠른 컴퓨팅 능력, 그리고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른바 ‘스케일링(규모) 법칙’이 작동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투입해온 미국 빅테크들이 우위를 자신한 이유다. 그런데 오픈에이아이(AI)가 추론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약 10억달러의 거액을 투자한 반면에 딥시크가 투자한 자금은 600만달러에도 못 미쳤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뒤흔들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들 중에선 오히려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모델 개발이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제번스의 역설이 다시 발생한다!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이고 접근하기 쉬워질수록 그 사용이 급증해 우리가 지금 충분히 얻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변할 것이다.” 그는 친절하게도 ‘제번스의 역설’ 용어를 설명한 위키피디아 링크까지 해놨다.

제번스의 역설은 기술 혁신으로 인한 효율성 개선이 자원의 사용을 줄이기보다는 더 늘린다는 걸 지칭한다.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1865년 저서 ‘석탄 문제’에서 제기한 개념이다. 당시 영국은 주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의 매장량 고갈 문제가 중요한 사회 이슈였다. 일각에서 석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 도입으로 석탄 소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제번스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이후 연료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석탄 소비가 줄어든 게 아니라 실제로는 증기기관이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면서 석탄 소비가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제번스는 “연료의 경제적(효율적) 사용이 소비 감소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완전히 혼란스러운 생각이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라고 했다.

나델라는 인공지능에도 이것이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즉, 딥시크와 같은 혁신으로 인공지능 개발 비용이 하락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나 엔비디아 칩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팔지 말라고 은연중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딥시크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개발에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인공지능 기술이 소비자 필수품이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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