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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락스타’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나는 태국인이고, 그게 자랑스러워.’ 블랙핑크 리사는 신곡 ‘락스타(Rockstar)’ 뮤직비디오에서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가 ‘머니(Money)’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솔로곡 ‘락스타’는 지난달 28일 공개 직후 미국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8위를 찍었다. K팝 여성 솔로 가수로서 큰 성과라는 기사들이 여럿 나왔다. 리사는 K팝 아이돌 블랙핑크의 멤버다. ‘K팝 스타’인 그가 선보인 ‘락스타’는 ‘K팝’이라고 볼 수 있을까?

리사는 태국 부리람주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K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YG엔터테인먼트가 2010년 태국에서 실시한 오디션에 합격해 YG 최초의 외국인 연습생이 됐다. ‘락스타’ 뮤비의 배경은 태국 방콕의 유명 차이나타운인 야오와랏 거리다. 어둠이 내린 야오와랏 거리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리사의 뒷모습이 뮤비의 첫 장면이다. 모든 조명이 꺼진 가운데 춤을 추며 랩을 하는 그의 옆으로 태국어가 적힌 색색의 간판들이 빛난다.

‘락스타’ 뮤직비디오 속 리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공간적 배경만 태국인 것은 아니다. 이번 뮤비에는 리사가 아닌 여성 세 명의 얼굴이 천천히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나온다.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세 명은 국내에는 낯설지만 태국에서는 이미 유명한 트랜스젠더 여성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성 소수자를 구인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나중에 현장에 도착해서야 그 아티스트가 리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성 소수자에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로,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뮤비에 태국의 사회상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다.

‘락스타’ 노래 도입부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리사, 내게 일본어를 가르쳐 줄 수 있어? 하이, 하이(일본어로 ‘네’라는 의미)’. 아시아인들이 외국에 나가면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인 ‘일본인이냐’는 말을 풍자한 가사다. 뮤비에 나오는 댄스 크루들도 전원 아시안 여성이다. 태국인,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담은 신곡에 태국인들은 폭발적인 호응을 보냈다. 지금까지 뮤비에는 42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태국어다. 해외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반응이 갈린다. ‘K팝스럽지 않아서 별로다’라는 반응부터, ‘YG 나가더니 그냥 태국 여자됐네’ 같은 인종차별적 반응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은 장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스템’에 가깝다. 긴 연습생 생활, 철저한 기획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다. 더이상 한국인 멤버들로만 구성된 K팝 그룹도, 한국어 가사로만 된 K팝도 찾아볼 수 없다. K팝 가수들이 발표한 곡 중에서도 전체 영어 가사에 한두 문장만 한국어로 되어있거나, 아예 없는 곡도 흔하다. ‘락스타’에 한국어 가사는 한 줄도 없다. K팝 시스템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모든 것이 이미 ‘K’를 벗어난 리사의 ‘락스타’는 자연스럽게 ‘K팝의 다음’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리사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락스타’에 대해 “노래 자체도 팝 느낌이 강하고, 특히 자신의 ‘국적’을 굉장히 강조한다는 점에서 K팝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K팝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왔다고 본다”고 했다. K팝에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명실상부한 K팝 스타가 그런 편견을 깨는 콘텐츠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리사가 지평을 넓혀 나가는 모습을 보면 기존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K팝스타에서 팝스타로의 진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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