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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모평 영어 1등급 비율 '최대 16%, 최소 1%' 롤러코스터
작년 9월 모평부터는 세 번 연속 어려워…사교육 더 부추길 우려도


6월 모의평가 보는 수험생들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지난달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어 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영어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부터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했으나, 난이도가 시험마다 크게 달라 수험생의 불안을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시험에서 영어 영역이 연달아 상대평가 이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31일 광주의 한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교육비 잡겠다며 '절대평가' 했지만…영어 사교육비가 가장 많아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능·모의평가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영어 1등급 비율은 최대·최소 격차가 14.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90점 이상을 맞아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재작년 치러진 수능(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서 15.97%로 가장 높았다.

이 비율 최소는 지난달 치러진 수능(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기록된 1.47%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는 매년 6월과 9월 두 번 치러진다.

수능으로 좁혀보면 격차는 다소 줄어들지만, 여전히 차이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수능 영어 1등급 비율 최대는 2021학년도 12.66%, 최소는 2024학년도 4.71%로, 8%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수능 국어, 수학과 마찬가지로 상대평가이던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것은 2018학년도부터다.

당시 교육부는 서열을 중시한 상대평가 방식에서 학생들이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과잉 학습'을 하는 문제가 크다며 영어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영어가 수학, 국어보다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영어 절대평가 도입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시기인 2018학년도에 해당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영어 사교육비는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전체 사교육비(27조1천144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29.5%(7조9천873억원)가 영어 사교육비였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수학(7조6천350억원)보다도 3천억원 이상 더 많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도입 첫해인 2017년 7만9천원에서 지난해 12만8천원으로 62% 늘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4.3%)의 4배 빠른 속도로 영어 사교육비가 늘어난 셈이다.

영어수업
[연합뉴스TV 제공]


"평가기준 등 공개해 제대로 '절대평가' 해야"
영어 절대평가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정도로 절대평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영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의 학습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영어 영역이 상대평가인 국어, 수학 등 다른 영역보다 꾸준히 쉽게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영어가 어렵게 출제된다고 가정하고, 보충학습을 위해 학원 등을 다닐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영어 영역 출제 경향이 달라진 후부터 영어가 계속해서 어렵게 출제되면서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해 9월 모의평가에서 4.37%였다.

수능에서는 4.71%로, 절대평가 도입 이후 수능 기준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다.

수능 상대평가 체제에서 국어, 수학 영역 1등급 비율이 4%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시험 모두 상대평가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달 치러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이 비율이 1.47%로 쪼그라들면서 2018학년도 이후 역대 수능, 모의평가를 통틀어 최소를 기록했다.

황종배 건국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현재 절대평가가 아주 이상한 제도라는 방증은 수능, 6월·9월 모의평가마다 (1등급) 퍼센티지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말 절대평가라면 매 학년도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두 배, 세 배 차이가 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나빠졌길래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1.47%로 떨어졌는지 교육 당국이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며 "본 수능에서 그렇게 출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채관 인천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현재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돌연변이' 절대평가"라며 "(말하기, 쓰기 수업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절대평가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영어 성적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제대로 절대평가처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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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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