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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입원이란 이름의 불법감금] ②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입원제는 환자 본인의 자발적 의사가 없더라도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진단 등을 거쳐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다. 신체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졌고, 이런 이유로 과정 곳곳에 인권보호 및 불법 감시 장치를 만들어놨다. 하지만 시스템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보호입원 형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려면 환자의 정신질환과 더불어 자·타해 위험이 있다는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 보호자 2명 이상 동의가 있어야 비로소 입원 절차가 시작된다. 입원 후 2주 이내에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의 소견을 추가로 받아야 2주 이상 보호입원이 유지될 수 있다. 여기에 환자가 입원한 지 한 달 이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의 심사로 입원 유지 판단을 받아야 3개월간의 보호입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단계마다 위법 행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한 보호입원 피해자는 4일 “최근 갈등을 빚던 남편이 시댁 식구들과 짜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남편 A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한 정신병원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 병원은 “환자에게 자·타해 위험이 발견되지 않아도 입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A씨의 동의를 받은 병원은 사설구급대를 보내 A씨 부인을 이송했다. 경찰 입회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이송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A씨는 “병원에 입원 절차를 전적으로 맡겼다”면서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일부 사설구급대원도 보호자 동의만으로도 환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사설구급대원은 “자·타해 위험이 없는 게임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의 경우에도 가족들이 사설구급대에 요청해 보호입원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서도 강제로 데려오면 안 된다는 등의 요건을 언급하지 않아서 보호입원이 가능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설구급업체는 통상 강제입원 이송 건당 30만~60만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사설구급업체들이 집에서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안간힘을 쓴다는 시각도 있다.

가족 간 일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불법 보호입원 시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호입원과 관련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며 “우리가 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는 환자를 사설구급대가 강제로 끌고 가려는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찰은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적 지식이 충분치 않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병원에 가길 거부하는 환자 편을 들 수도, 병원에 입원시키려는 가족 편을 들 수도 없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호입원의 키를 쥔 정신과 전문의들도 제도의 문제가 많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초진만으로 환자의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결국 보호자 진술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병원장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판단할 때 보호자의 진술은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며 “한 번의 진료로 정신질환자의 증상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악용될 소지도 크다”고 말했다.

다른 정신과 전문의도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강제입원될 가능성이 있는데 증상을 솔직하게 말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의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주변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병원(의사)과 보호자가 합심하면 다소 부적절한 문제가 있더라도 보호입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 경우 추가로 필요한 또 다른 전문의의 진단 역시 대면 진료 등을 통해 제대로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이후 입원의 적합성을 사후 심사하는 과정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절차가 서류를 통해서만 이뤄지다보니 환자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입적심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는 “입적심의 가장 근본적 한계는 위원들이 환자의 입장을 직접 대면하고 청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환자가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제도적으로 일부러 안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입원되길 바라는 가족들과 입원 기간이 길수록 돈을 버는 병원들, 일이 더 많아지는 걸 기피하는 국가와 법원이 만든 구조”라고 비판했다.

평소 입적심이 열리는 한 국립병원 관계자도 “입원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면 불법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보호자와 병원이 합심해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도 꽤 있다”며 “그럴 경우 입적심 시스템에선 더 이상 입원관계 서류를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진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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