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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측, 투자자 확보 약속했지만 성과 못 내
“한미그룹 경영에 직간접적 참여할 것”

왼쪽부터 OCI그룹의 이우현 회장,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과 장남인 임종윤 전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조선DB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가 아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모녀와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약속하면서 형제가 가져갔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은 다시 모녀의 손에 돌아가게 됐다.

3일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자신들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에 따라 모녀와 신 회장은 의결권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 이들의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한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임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은 부인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반발하면서 양측이 맞붙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때 형제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신 회장이다.

형제의 손을 들었던 신 회장이 모녀 쪽으로 선회한 것은 형제가 경영권 확보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형제는 한미약품그룹의 주주가치를 높일 투자자를 찾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여기에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주도로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을 임시이사회에서 해임하는 등 가족 간 갈등도 재점화됐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OCI그룹에 접촉해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신도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녀 측과 매매 계약이 성사되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은 송 회장 6.16%, 임 부회장 9.70%, 신 회장 18.92%가 된다.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로 오른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지분율이 28%에 이르는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가 신 회장의 이런 계획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매 계약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확보했다. 모녀는 매매 대금으로 1644억원을 받게 된다. 이는 두 사람이 당장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충당하고 남는 규모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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