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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 현장에 2일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누군가 안전펜스에 붙인 추모 쪽지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성룡 기자
15명의 사상자(사망 9명, 부상 6명)가 발생한 지난 1일 서울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 차량 운전자 차모(68)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직후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일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및 중앙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27분쯤 차씨가 운전한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나와 세종대로 방향 4차로 일방통행 도로를 250m가량 역주행했다. 시속 100㎞ 가까이 가속한 차량은 인도를 덮쳤다. 이 과정에서 인도와 차도를 경계 짓는 가드레일이 뿌리째 뽑혔고, 부닥친 오토바이는 산산조각났다.

인도를 덮친 뒤에도 사고 차량은 멈추지 않았고, 서울역에서 시청 방향으로 진행하던 차량 2대와 부딪쳤다. 이후 부메랑 모양으로 방향을 틀며 세종대로를 가로질렀다. 사고 차량은 지하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멈춰 섰다.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지나가던 9명이 사고 차량에 치여 숨졌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갈비뼈 골절상을 입은 운전자 차씨도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과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을 보면 사고 직전 차씨가 가속 페달(엑셀러레이터)을 90%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피의자가 갈비뼈가 골절돼 말하기 힘들어한다. 의사 소견을 듣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자세히 조사할 예정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방문 조사도 고려 중”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장 측정 결과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가드레일이 부서진 모습. [사진 인근 상가 CCTV 캡처]
마약 간이 검사도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사고 차량에 동승했다가 비교적 가볍게 다친 부인 김모(66)씨도 조사했다.

차씨 측에서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만큼, 경찰은 사고 차량을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급발진은 운전자 의도와 상관없이 차량 결함으로 급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차량 감정을 의뢰해 사고 차량의 EDR과 블랙박스 영상 등도 검증할 방침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는 차씨는 “차량이 이상했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차씨의 ‘급발진 사고’ 주장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차씨와 같은 운수회사에 다니는 최모씨는 이날 중앙일보에 “차씨는 오랫동안 버스를 운전한 베테랑으로 알고 있고, 회사에서 한 노선만 운행했다”며 “사고 전날까지 근무했고, 사고 당일은 쉬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 운수회사 다른 관계자는 “차씨는 1년4개월째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형버스를 운전하고 여기서 재직하는 동안 사고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2일 남대문경찰서에서 사고 차량이 정밀 조사를 위해 옮겨지고 있다. [뉴스1]
이날 사고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 데다 발생 시간이 귀가시간에 겹쳐 인명피해 규모가 컸다. 특히 사고 차량이 피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인도를 덮쳤다는 게 목격자들 전언이다. 실제로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은 순식간에 인도를 지나가고, 일방통행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도 칠 뻔했다. 황모(67)씨는 “(사고 현장) 인근을 킥보드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마터면 우리도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이 전한 사고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사상자들이 차에 치여 쓰러지자 동행자들은 “아니야 아닐 거야. ○○형 아니야” “빨리 한번 확인해 주세요”라며 오열했다고 한다. 사고 현장 인근 식당 종업원 김모(43)씨는 “계속 부딪치는 소리가 연속 폭발음처럼 들렸고 차량 클랙슨 소리도 컸다”며 “밖에 나와 보니 소방대원들이 사상자를 심폐 소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자 빈소는 서울대병원(7명)과 신촌세브란스병원(1명), 국립중앙의료원(1명)에 마련됐다. 특히 승진·인사 등으로 직장 회식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사연 등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상자 중 4명은 서울대병원(2명)과 적십자병원(2명)에 입원했고, 경상자 2명은 귀가했다가 부상자로 나중에 추가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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