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업장 스스로 체크리스트만 만들면 돼
아리셀은 산재보험요율 감면받기까지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동취재사진

리튬전지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난 아리셀이 위험성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아리셀처럼 일용직 중심으로 불법파견이 만연한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이 더욱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2023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인정심사를 통과해 3년 연속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2021년 첫해 인정기준 70점을 넘는 81점을 받았고, 2022∼2023년엔 각각 88점, 75점을 받아 우수사업장이 됐다.

공단은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사업주와 담당자가 교육을 잘 이수하고 현장에 잘 적용하고 있는 점을 우수한 사항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아리셀은 위험성평가를 근거로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이듬해인 2022∼2024년 산재보험요율을 17~20% 감면받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30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산업안전보건법령의 획일적 규제 대신 각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위험요인 발굴과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장은 스스로 위험성을 평가한 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인정심사를 거쳐 우수사업장에 선정된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사업장 자율 규제를 강조하는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숨진 23명 가운데 20명이 사내하청업체인 메이셀 소속으로 확인된 아리셀 사례처럼, 고용 불안정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대책 마련과 안전 교육을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을 지낸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한겨레에 “아리셀처럼 일용직 노동자가 많거나 규모가 작은 소기업은 노동자가 위험성평가의 내용을 잘 모를뿐더러, 단순히 참여시킨다고 해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현장 관리자와 오래 근무한 정규직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성 평가에서 노동자 참여는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닌데, 고용노동부가 형식적 참여만 강조하며 형식적 위험성평가를 조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위험성평가는 제도의 규범력이 계속 약화하는 추세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면서 예상되는 위험의 빈도와 강도를 현장에서 추정토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간단한 체크리스트만 만들어도 되도록 했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933 오늘 중부·전북북부·경북북부에 시간당 30~50㎜ '집중호우' 랭크뉴스 2024.07.08
39932 트럼프의 미국, 극우의 유럽, 휘청이는 캐나다와 일본…“G7이 뒤집힌다” [선거, G7흔들다①] 랭크뉴스 2024.07.08
39931 윤 대통령 지지율, 소폭 하락해 31.1%... 여야 지지율은 ‘역전’ 랭크뉴스 2024.07.08
39930 '법카 의혹' 이재명 부부 소환 통보‥"국면 전환 쇼" 랭크뉴스 2024.07.08
39929 “불통·무능 정권 심판”…'슈퍼 선거의 해' 중간 결산[선거, G7흔들다⑤] 랭크뉴스 2024.07.08
39928 [인터뷰] 1200도 화재서 20분 버티는 ‘마이카’...“전기차 화재 피해 최소화 가능” 랭크뉴스 2024.07.08
39927 폭우에 경북 안동 주민 18명 고립…7명 구조 랭크뉴스 2024.07.08
39926 日 고이케 도쿄지사 3선 확정…득표율 43% 랭크뉴스 2024.07.08
39925 한밤중 주방에서 번진 불…원인은 반려견?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7.08
39924 배달의 민족인가? 배반의 민족인가?…배달비 안받는다더니 '돌변' 랭크뉴스 2024.07.08
39923 인재를 유치하는 일본, 인재를 유출하는 한국? [창+] 랭크뉴스 2024.07.08
39922 [르포]"교통 혁명이라고요? GTX 안 타고 광역버스 탑니다"... 왜? 랭크뉴스 2024.07.08
39921 “푸바오 동생 쌍둥이 판다 1살 됐어요” 돌잔치 열려…‘돌잡이’ 물품 보니 미소가 랭크뉴스 2024.07.08
39920 [외환夜시장]③ “外銀 서울 본부 역할 줄어도… 시장 전문성은 대체 불가” 랭크뉴스 2024.07.08
39919 [속보]폭우로 경북 안동 주민 고립…18명 중 7명 구조 랭크뉴스 2024.07.08
39918 가입자 90%가 원금 보장에 몰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무색한 1주년 랭크뉴스 2024.07.08
39917 佛총선, 좌파연합 '깜짝 1위' 전망…"극우 막자" 판세 뒤집혔다 랭크뉴스 2024.07.08
39916 충청·경북 호우 위기경보 ‘주의’로 상향 랭크뉴스 2024.07.08
39915 [속보] '극한호우' 경북 안동 주민 고립…18명 중 7명 구조 랭크뉴스 2024.07.08
39914 영양군 청암교 홍수경보, 상주 화계교·후천교·이안교 주의보(종합) 랭크뉴스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