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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1년에 1천400곳 넘게 생겨
고물가 속 20∼30대 손님 북새통…"너무 많이 생겨 오래 못 갈 수도" 경고


28일 광화문역 인근 빌딩에 나란히 있는 저가 커피 매장
[촬영 전재훈]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전재훈 기자 = 지난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 르메이에르종로타운 빌딩 1층에 나란히 있는 '노란 간판' 카페 3곳의 직원들은 직장인들의 '커피 수혈' 시간을 앞두고 컵에 얼음을 퍼 담느라 분주했다.

오전 8시쯤 출근길에 카페를 찾은 직장인 수십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였다.

컴포즈커피에서 1천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장한 30대 펀드매니저 김모씨는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고물가 시대에 비싼 돈 내고 사 먹을 필요 없다"며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한두시간 타고 내리면 피곤하니까 마시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또 한 잔 마신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3대 저가 커피 브랜드(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3개 업체 매장은 공교롭게도 눈에 띄는 노란색 외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3대 저가 커피 브랜드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22년 말 5천285개로 2021년 말(3천849개)보다 1천436개(37.3%) 증가했다. 하루 4개씩 늘어난 셈이다.

이들 3개 업체 매장 수는 최근 7천개를 넘었다. 메가커피가 약 3천개로 가장 많으며 컴포즈커피 2천500개, 빽다방 1천600개 순이다.

출근길 손님들로 북적이는 저가 커피 매장
[촬영 전재훈]


오피스 상권인 광화문역 인근 르메이에르 빌딩에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이 매장 수 순위대로 나란히 입점해 있었다.

손님들은 오전 8시 출근 시간대부터 3시간가량 끊이지 않았다. 낮부터는 점심시간을 맞은 손님으로 다시 북적였다.

각 매장 점주는 오전에만 150∼200잔씩 판매한다고 했다.

빽다방은 지난해 9월 이 빌딩의 저가 커피 마지막 주자로 합류했다. 20대인 점주 정모씨는 인근 직장인 수요를 겨냥해 입점했다면서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리는데, 대부분 회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저가 커피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맛, 접근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20대 정모씨는 "상대적으로 비싼 카페 커피와 비교해 가격이 절반 이하라서 가성비가 좋다"며 "서울 곳곳에 매장이 많아 어딜 가든 찾기가 쉽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여의도의 한 저가 커피 매장
[촬영 전재훈]


점심시간에 찾은 여의도에서도 저가 커피 매장은 직장인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테이블 하나도 없이 좁은 대기 공간만 있는 빽다방 여의도역점에서는 커피나 음료를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주방에서는 직원 6명이 쉴 새 없이 음료를 만들었다.

이 매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옆에 있는 메가커피에 사람이 많아 여기로 왔다. 가격과 맛이 비슷하다"며 "음료만 들고 바로 회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가격이 비싼 커피 매장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박모씨도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사서 산책하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가 커피 인기 배경에는 고물가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저가 커피 매장이 늘어나는 건 고물가 영향이 크다. 외식비도 비싼데, 중·고가 카페에서 커피값으로 외식비만큼 쓰는 건 부담스럽다"며 "저가 커피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저렴하고 대중적으로 괜찮은 품질의 커피를 내놓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고물가에 오래 시달리다 보니 저가 커피로 소비자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점심시간 메가커피 여의도역점
[촬영 전재훈]


커피점은 창업 장벽이 낮아 늘어나는 커피 수요에 발맞춘 매장 수 증가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 머신과 괜찮은 원두,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 보니 수요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선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저가 커피 가맹점도 우후죽순 늘어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가운데는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매장도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프랜차이즈 협회 관계자는 "저가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매장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이익이 별로 남지 않아 오래 가기 어렵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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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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