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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지난 4월 18일 경기 광명시 모처에서 구조 라이브 방송을 하며 “유튜브 멤버십을 신청해달라” 등 후원금을 모집했다. 이날 구조된 개들은 51마리. 시바견 ‘광복이’는 캣치독팀이 운영하는 사설보호소로, 남은 믹스견 50마리는 안산시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다.

캣치독팀 라이브 방송에는 구토를 하는 등 홍역 증세를 보이는 믹스견이 포착됐지만, 캣치독팀은 이를 안산시 동물보호센터에 알리지 않았다. 좌측은 구조 당시 홍역 증세를 보이는 개, 우측은 동물보호센터에서 홍역 증세를 보이는 개. 독자 제공
안산시 동물보호센터로 이동한 구조견 50마리 중 26마리는 이들이 구조한 지 1~2주 사이 안락사됐다. 홍역에 걸린 구조견에게서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이다. 캣치독팀 라이브 방송에는 구토하는 등 홍역 증세를 보이는 믹스견이 포착됐지만 캣치독팀은 이를 안산시 동물보호센터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견에 대한 전염병 검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캣치독이 구조한 개 50마리 중 26마리는 구조 1~2주 사이 홍역으로 인해 안락사됐다. 캣치독팀 라이브 방송에는 구토를 하는 등 홍역 증세를 보이는 믹스견이 포착됐지만, 이를 안산시 동물보호센터에 알리지 않았다. 국가동물보호시스템 캡처
안산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홍역 증세를 빨리 알려줬다면 안락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 단체는 구조 이후 구조견 입양 홍보를 해준 적도, 치료를 위해 도와준 적도 없었다. 자신들은 후원금을 받고는 한 푼도 주지 않고 모든 책임을 보호소로 떠넘겼다”고 말했다.

반면 품종견인 광복이는 구조 직후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과 골절상 수술을 받았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기후원자 5명만 신청해주시면 단체 운영 보호소로 옮기겠다”는 호소로 정기후원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이후 광복이는 다른 구조견과 달리 주기적으로 근황이 게시물을 통해 공개되고 정기 후원도 받고 있다.

캣치독팀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기후원자 5명만 신청해주시면 단체 운영 보호소로 옮기겠다”며 시바견 광복이에 대한 후원금을 호소했다. 그 결과 광복이는 구조 직후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과 골절상 수술을 받았다. 유튜브 캡처
정성용 캣치독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조견들은 광명시 소유로 광명시가 구조견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구조 이후엔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후원금은 구조견이 아니라 캣치독 운영을 위해 모집했다. 직원들 월급 주고 구조경비에 쓰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개농장 ‘타격’ 후원 유도…보호소 넘기면 방송은 끝난다
개농장 등을 급습해 동물 구조 과정을 라이브 방송하고, 후원금을 받는 ‘타격’ 콘텐트가 성행 중이다. 업계에선 개농장과 번식장 급습을 ‘타격한다’고 표현한다. 유튜브 캡처
개농장과 번식장 등을 급습해 동물구조 과정을 라이브 방송하고 후원금을 받는 ‘타격’ 콘텐트가 성행 중이다. 이들 업계에선 이를 ‘타격한다’고 표현한다. 주로 동물학대 혐의(동물보호법 위반)가 의심되거나 미신고된 개농장·번식장을 목표로 삼는다. 관할 지자체 공무원·경찰과 동행해 농장주의 불법 행위를 문제 삼아 ‘동물 포기 각서’를 받아 동물을 구조하는 방식이다.

‘개식용 금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들도 성장했다. 현재 타격 콘텐트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만 10여개에 이를 정도다.

구조동물 대다수가 개농장 출신으로 믹스‧중대형견이 많다. 동물구조단체들은 구조견이 품종‧소형견이면 단체 소유로 하지만 믹스‧중대형견이라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넘긴다.

타격 콘텐트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만 10여개로, 개식용 금지 이슈로 성장했다. 한 타격 콘텐트 유튜버의 영상. 유튜브 캡처
이미 포화상태인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타격 콘텐트로 구조되는 동물을 감당하기 벅차다. 믹스‧중대형견 특성상 입양이 어렵고, 동물보호센터에 주어지는 지원금이 15만~3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의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타격 콘텐트로 구조되는 개들이 대부분 크다 보니 공간적 제약도 있고, 사룟값이 많이 든다”며 “사체처리 비용이 ㎏당 7000원으로 개가 20㎏이라면 14만원이다. 보조금 수준과 비슷하다 보니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돼 다른 구조동물들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타격 콘텐트 유튜버들은 구조동물을 받지 않을 경우 지자체 보호소에 압력을 넣는다. 제보를 받은 동물구조단체가 지자체와 경찰 없이 개농장 내부 상황을 중계방송하고 주인과 갈등 구도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후 “지자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국가 대신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후원과 반응을 유도한다.

시흥시 관계자는 “동물구조단체가 라이브 방송을 키면 동물담당 부서 업무는 마비가 될 정도로 민원 전화가 쏟아진다”며 “보호소 내 여유 공간이 없더라도, 민원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뜬장을 임시 설치해 개들을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직 동물구조 단체 직원은 “자극적인 콘텐트와 더 많은 후원을 위해 지자체와 경찰 없이 불법적인 동물구조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방송이 어려울 것 같으면 법적 처벌 등으로 개농장주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유기동물 안락사를 종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익산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가 “다들 얼굴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 (안락사를) 안시킬려고 별짓을 하는데...”고 말하자, 박소연 케어 전 대표는 “걔네(기존 구조견) 때문에 이런 애들(왓치독 구조견)이 구조가 안 되는 게 아니잖냐”고 질타했다. 유튜브 캡처
동물보호센터에 보호 중인 동물들의 안락사를 종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전북 익산 개농장에서 개 35마리를 구조한 동물권단체 케어 산하 왓치독이 대표적이다. 이날 케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따르면, 익산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다들 얼굴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 (안락사를) 안 시키려고 별짓을 하는데…”라며 “무더기로 와서 합치면 야들 싸움해서 난리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소연 케어 전 대표는 “공고 기간 지난 애들도 (안락사를) 안 한 거냐. 그건 잘하는 게 아니다”며 “걔네 때문에 이런 애들(왓치독 구조견)이 구조가 안 되는 게 아니잖냐”고 관계자를 질타했다.

이에 전직 왓치독 단원은 “케어가 안락사 파동으로 안락사를 못 시키니, 지자체를 이용한 ‘위탁 안락사’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통화에서 “고통사 보다는 안락사가 낫다”며 “안락사를 못 해서 도살장 개들을 구조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충북의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하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며 잘잘못을 따지는 동물구조단체도 있다”며 “동물구조단체의 이중적 태도가 동물 보호를 방해한다”고 전했다.



개식용종식법 이후 그많던 개농장 개는 어디로?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개식용 금지법' 국회 농해수위 법안 소위 통과 환영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식용 금지 특별법'의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정부와 여당, 야당이 약속대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식용 금지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2023.12.13/뉴스1
지난 1월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되면서 동물보호센터의 안락사는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식용 금지에 탄력을 받은 타격 콘텐트가 통과 전후 급증했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 개식용 금지한 개식용종식법에는 개식용업자에 대한 보상이 담겼을 뿐 개농장의 개를 보호하는 규정은 없다. 또 타격 단체가 구조한 개들은 일단 동물보호센터로 입소할 가능성이 크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협회 본부장은 “동물구조를 목적으로 후원금까지 받았지만 구조동물의 최후는 죽음”이라며 “진정한 구조는 동물을 끝까지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홍 건국대 반려동물 상담센터장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악용한 신종 사업”이라며 “기망 행위로 보이는 후원금 모집도 있다. 사기 또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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