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과거와 현재 모습. 김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2017년 12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그동안 직접 고용했던 경비원들을 해고하고, 위탁업체를 선정해 전원 재고용하도록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등 아파트 예산으로 경비원 관리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2006년부터 이곳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ㄱ씨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적법했다’고 판단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며 경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지만 2020년 8월 2심은 다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법정 다툼의 결론은 결국 입주자대표단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입주자대표단의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면서 상고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입주자대표단이 해고의 근거로 든 ①최저임금의 인상 ②경비원에게 주차관리 업무를 시킬 수 없도록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등으로 인한 경비원 직접 관리의 어려움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해당하는지였다.

‘경비업무의 외주화’가 경영상 긴박하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1심 판단과 달리 2심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른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원고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능력 결여,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업무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한 것은 객관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

그동안 대법원은 사용자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행위를 정당한 해고로 인정해왔다. 법조계에선 90년대 후반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당시 국가경제위기를 이유로 여러 기업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법원도 이 법리를 넓게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이 법리를 최저임금 인상이나 관련법 개정이라는 해고사유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사건을 맡은 서희원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법원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사용자들의 외주화를 무분별하게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180 2천명 유지한 채 대화 나선 정부…의대교수들 대답은 ‘사직서’ 랭크뉴스 2024.03.26
42179 셀트리온, 이사 보수총액 한도 90억→200억…배당 확대는 인색 랭크뉴스 2024.03.26
42178 ‘대파 875원’ 해명에 또 문재인 정부 걸고넘어진 대통령실 랭크뉴스 2024.03.26
42177 '용적률 960%' 파격 인센티브…강북권 대개조 나선다 랭크뉴스 2024.03.26
42176 ‘북-일 정상회담’ 하루 만에 걷어찬 김여정 랭크뉴스 2024.03.26
42175 악질 스토킹에 벌금형 없다‥"원칙적으로 징역형" 기준 마련 랭크뉴스 2024.03.26
42174 안철수 "'2천명 증원' 재검토, 과학적 근거로 산출하자"(종합) 랭크뉴스 2024.03.26
42173 [총선, 현장] TK서 박근혜, PK서 ‘야당 강세’ 지역 찾은 한동훈… 보수층 결집 통할까 랭크뉴스 2024.03.26
42172 녹색정의당 조천호 "'카산드라의 저주' 깨고 싶습니다" 랭크뉴스 2024.03.26
42171 서울교육청, '현주엽 논란' 휘문고 특별장학…감사 요청 검토 랭크뉴스 2024.03.26
42170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파리바게뜨 극찬한 ‘이탈리아 CEO’는 랭크뉴스 2024.03.26
42169 임현택 “복지 장·차관 파면, 대통령 사과해야” 대화 랭크뉴스 2024.03.26
42168 의협 새 수장에 '초강성'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의정 갈등 더 꼬이나 랭크뉴스 2024.03.26
42167 '치안 악화' 아이티 체류 한국인 2명 헬기로 피신 랭크뉴스 2024.03.26
42166 이재명 “셰셰”에 주목한 中 “유일하게 현명한 한국인” 랭크뉴스 2024.03.26
42165 '입틀막'당한 의사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당선…강경투쟁 예고(종합2보) 랭크뉴스 2024.03.26
42164 '현주엽 논란' 휘문고, 서울교육청 특별장학…감사 요청 나서나 랭크뉴스 2024.03.26
42163 ‘러시아 테러’ 100명 구한 15살 “사람을 뒤에 남겨두면 안 되잖아요” 랭크뉴스 2024.03.26
42162 [속보] 이강인 킬패스, 손흥민 왼발슛…한국, 태국에 2-0 리드 랭크뉴스 2024.03.26
42161 2년 3개월만 ‘8만 전자’… 외국인 자금 유입 ↑ 랭크뉴스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