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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일 경제관계 전문가 김양희 대구대 교수
“정보유출 대응, 한·일 당국 협력해야
국민플랫폼에 ‘주권’ 적용할 수 있나?
공공재적 성격 짙다면 정부 대응은?
정부 차원서 다자간 논의 나서야”
지난 2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김양희 대구대 교수. 임지선 기자 [email protected]

일본의 대표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짜(7월1일)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라인야후는 27일 네이버와의 네트워크 분리를 애초 계획보다 9개월 이른 2026년 3월께 완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결별에 속도가 붙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에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매각 요구가 담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국 사회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부당하게 한국 기업을 몰아내려 한다는 반일 정서에 기댄 주장들이 들끓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는 이런 사태 전개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한-일 경제 관계 전문가 중 한명이다. 국익 프레임이 너무 크게 작동하면서 라인야후 사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를 지난 2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나 라인야후 사태 전개 과정에 대한 견해와 향후 전망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인야후 사태’ 논란을 어떻게 봤나?

“뿌리 깊은 대일 불신이 반일 정서로 쉽게 점화됐다. 라인야후 사태가 ‘우리나라 기업 강탈’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버리면서 다양한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본다. 여기에는 전문성 부족이란 문제도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어는 물론 경제안보, 정보보안,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해를 할 수 있다. 국내에 이런 전문가들이 많지 않고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한-일 경제 전문가로서 나부터 반성한다.”

―자본 관계 재조정 등 강경 요구를 내놓은 이유가 뭘까?

“라인은 9600만명의 일본인이 쓰는 대표 메신저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라인이 일본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크다. 일본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46만곳이 내부 소통채널로 라인(라인 웍스)을 쓴다. 이런 라인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2021년 사고 당시에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일본 당국은 꾸준히 라인야후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라인야후의 보안 시스템은 네이버가 맡고 있다.)

―민간 회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란 시각도 있다.

“자본 관계 재조정 요구의 적절성을 떠나 라인야후가 갖는 특수성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제정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에 따라 총무성이 관할하는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됐다. 여기에는 일본의 이동통신사·방송사들도 포함된다. ‘경제안보’란 틀에 라인야후가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21일 마이니치신문은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장이 지난 3~4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라인 인프라의 일본화’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에이(A)홀딩스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리 본부장이 바로 경제안보법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이런 인물이 ‘라인의 일본화’를 손정의 회장에게 요청한 건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일본 정부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지난 5월 공포한 ‘중요 경제안보 정보보호법’(중요 경제안보 정보의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차근차근 경제안보란 관점에서 다양한 제도적 틀을 강화해오고 있다. 이 법에는 외국인이 일본 내 기밀 정보 등 주요 데이터에 접근할 경우 금지도 가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소극적 대응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 정부의 일련의 대응을 보면서 정부가 이 사태의 전모를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우리 정부는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일본 총무성에 대한 대응에만 머물렀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라인야후의 보안 사고에 대한 공동조사를 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협력 기회를 날려버렸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일본의 개인정보보호 당국의 공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건 이런 맥락에서 아쉬웠다.”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라인야후처럼 글로벌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국경 이전과 같은 민감한 이슈는 한-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잠재 위험을 넘어서기 위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소한 한-일 간 상호 협력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접근과 해법과 관련한 원칙을 수립하는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동시에 한·미·일 또는 아이피이에프(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 소다자간 협의 틀을 활용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정책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이 논의되어야 할까?

“우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두 기업 간 문제라는 인식 틀을 넘어서야 한다. 네이버라는 개별 기업의 사안이 아닌 국면으로 전환이 되었는데도 네이버의 입장 표명만 기다린 정부 대응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날 경우에도 적용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 회사 소유이지만 많은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생성하는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지, ‘플랫폼 주권’은 존재하는지, 같은 맥락에서 민간 소유이지만 그 성격상 공공적 성격이 짙다면 정부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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