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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잔해 제거’시장 선점 경쟁 치열
사진=ESA 홈페이지 캡처

우주비행사가 인공위성 잔해와 충돌하는 사고를 다룬 영화 ‘그래비티’는 이미 현실이 됐다. 우주를 떠도는 오래된 로켓 부품, 인공위성 충돌에 의한 파편 등 이른바 ‘우주쓰레기’가 지구 궤도에서 또 다른 충돌 사고를 일으키거나 땅으로 떨어져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 잔해를 제거하는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우주쓰레기를 포집해 처리하거나 아예 우주 반대편으로 날려버리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아예 인공위성의 주요 부품을 나무로 만들어 대기권에서 잘 탈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한 기업도 등장했다.

일상 위협… “2년마다 사상자 발생”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가정은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상대로 8만 달러(약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떨어져 나온 화물 팰릿의 금속 실린더 슬래브가 우주를 떠돌다가 약 3년 뒤인 올해 3월 8일 집 지붕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 금속 실린더의 크기는 가로 10㎝, 세로 4㎝로 무게는 726g에 불과했지만 충격으로 인해 지붕과 2층 바닥까지 뚫렸다. 인명 피해는 가까스로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이 사례처럼 폭이 10㎝ 이상인 우주쓰레기 발생량은 지금까지 약 3만6500개로 추정된다. 1~10㎝는 100만개, 1㎝ 이하는 1억3000만개에 이른다. 우주쓰레기 속도는 초당 10㎞를 넘나드는데,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 있다.

문제는 위성 개발 경쟁이 민간 영역으로 확장된 영향으로 이같은 잔해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우주시장 트렌드가 된 초소형 군집위성은 대체로 500~800㎞의 저궤도를 돈다. 관측과 통신 효과를 높이면서도 지구 중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운용하는 수천기의 스타링크 위성들도 500㎞대에 몰려 있다.

우주쓰레기 수거를 위한 실험용 청소 위성이 2018년 4월 2일 스페이스X 로켓에 탑재돼 발사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사진은 청소 위성이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상상도. 영국 BBC 캡처

이에 따라 스타링크 위성들이 우주 궤도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회피 기동 수도 최근 급증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2023년 5월 31일 스페이스X는 2만5000회 이상의 회피 기동을 수행했다. 이는 이전 같은 기간의 배 수준이다. 2019년 스페이스X가 처음 우주로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한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회피 기동 수는 5만회가 넘는다. 휴 루이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천문학과 교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8년엔 100만회가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연스럽게 위성 충돌로 발생한 파편이 지구로 떨어질 위험도 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이 지난해 미국 의회에 제출한 ‘위성 재진입 처리’ 보고서는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은 우주 물체의 잔해가 2035년까지 2년에 한 번꼴로 사람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격화한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 경쟁

일본이 제작한 목조 인공위성 '리그노샛'. 연합뉴스

우주쓰레기의 위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서 이를 해결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교토대와 스미토모임업 연구팀은 세계 첫 목조 인공위성 ‘리그노샛’을 완성했다. 리그노샛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인 정육면체 형태를 띠고 있다. 무게는 약 1㎏에 불과하다. 기존 위성에서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던 부품 대부분을 나무로 대체했다.

나무를 이용한 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우주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속재질 위성은 운용을 마치고 대기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미립자를 발생시켜 지구 기후와 통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나무는 대기권에 진입하며 완전히 연소되기 때문에 오염 유발 가능성이 낮다. 리그노샛은 오는 9월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인공위성을 지구 반대편의 먼 우주로 날려보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 4월 나사가 투자한 부섹은 임무를 다한 인공위성에 추진체를 달아 지구 밖으로 궤도를 이탈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량이 1㎏도 되지 않는 소형 장비에 플라즈마 추진 엔진을 달아 위성을 전혀 다른 궤도로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우주 반대편으로 쓰레기를 날려 추락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잔해를 포집해 충돌 위험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사 투자를 받은 시유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잔해를 5년간 최대 180㎏ 포집할 수 있는 플라즈마 추진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 트랜스아스트라는 잔해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을 장착한 인공위성을 제조한다. 스위스 클리어스페이스는 위성에 로봇 팔을 4개 달아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포획해 운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은 자성으로 우주 잔해를 끌어들이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향후 우주 잔해물에 접근해 로봇 팔로 잡은 다음 궤도 밖으로 운반해 지구 대기권에서 소각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정부도 우주 잔해 포집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열린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 위성에 접근하거나 결합, 로봇팔 등으로 우주 물체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2027년까지 우주 실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우주 물체 능동제어 위성 개발에 착수했다”며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에 맞춰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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