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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각)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한 호텔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견인 알라바이를 안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Q.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 중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국견’ 알라바이 두 마리를 선물받았잖아요. 생후 40일가량 된 개들은 윤 대통령 관저에서 생활하다 몇 달 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는데요, 개들을 꼭 동물원에 보내야 하나요?

A. 19일 대통령실은 한국에 온 알라바이 두 마리의 모습을 공개하며 앞으로의 돌봄 계획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이날 낸 보도자료를 보면, 이들은 전날인 18일 밤 9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작은 켄넬에 담겨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과 검역 절차를 거치는 모습, 관저에 도착한 두 마리가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 등이 공개되었는데요, 낯선 환경에서도 서로 물고 뜯고 노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비이 두 마리가 지난 19일 오후 주한 투르크메니스탄대사관에서 한국 정부에 공식 인계돼, 대통령 관저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대통령실 제공

개들의 한국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지 이름은 암컷은 견종과 같은 ‘알라바이’(여러 색이 섞여있다는 뜻), 수컷은 ‘가라바시’(검은 색 머리라는 뜻)라고 하는데요, 이 견종은 오랜 기간 유목 생활을 해온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인간을 도와 늑대 등 야생동물에게서 양과 염소를 지키는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은 “알라바이 선물은 양국 간 ‘영원한 우정’을 의미한다는 게 투르크메니스탄 쪽의 설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알라바이 입국 전부터 국내에서는 국가 정상 간 ‘동물외교’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의장 부부로 부터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두 마리가 지난 1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비이 두 마리가 1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애초 윤 대통령이 알라바이 두 마리를 관저에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투르크메니스탄 전문가와 국내 담당자의 의견을 고려해 일정 기간 관저에서 생활하고 이후 성장 상황에 따라 외부시설로 옮길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그 이유를 크게 3가지 정도 밝혔습니다. 알라바이는 생후 8개월 정도만 지나도 최대 몸무게 90~100㎏, 체고(네 발로 섰을 때 발바닥부터 어깨까지 높이)가 70~80㎝까지 ‘폭풍 성장’하는 견종이라 생후 5~6개월까지는 실내 생활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외부의 모래가 깔린 넓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바닥이 딱딱하면 물집이 생기는 등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힘이 좋아 생후 6개월 이후에는 다른 반려동물들과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동물 사랑’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 부부 관저에는 이미 반려견 6마리, 반려묘 5마리 등 11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활동량도 엄청나 어릴 땐 하루 3~4차례 산책이 필요하고 성견이 됐을 때는 끊임없이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은 “빠르게 성장하는 알라바이의 건강을 위해 수개월 후 최적의 조건을 갖춘 외부 기관으로 이동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이 알라바이 전담 사육 기관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선물로 받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비이 두 마리가 지난 19일 오후 주한 투르크메니스탄대사관에서 한국 정부에 공식 인계돼, 대통령 관저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대통령실 제공

우선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리나라 환경과 맞지 않는 강아지를 선물로 받아와 처음부터 ‘동물원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알라바이는 유목 생활에 적합하게 진화한 종이라 애초에 데려와선 안됐다는 것입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인 고미정 굿보이스쿨 대표(트레이너)는 “우리나라는 진돗개만 한 중형견도 산책이 쉽지 않은데, 알라바이는 몸무게가 100㎏까지 나가는 초대형견”이라며 “맹견으로 분류된 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선 반려견으로 제대로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습니다. 고 대표는 “알라바이가 동물원에 가게 되면 풍산개나 진돗개 등 다른 견종보다 관리가 힘들어 결국 야생동물과 비슷하게 사육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알라바이 입장에서 관저에서 지내다 동물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가정에서 지내다 동물보호소로 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습니다.

몸집이 크거나 건강상 이유로 실내 생활이 적합하지 않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이 일부는 사실이지만, 실내 사육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수의사·트레이너)은 “실제로 ‘코카시안 오브차카’ 등 알라바이와 비슷한 견종을 실내에서 키우는 보호자들도 있다. 바닥이 딱딱해 문제라면 카펫 등을 깔아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설 원장은 “동물원이라고 해서 환경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처럼 잘 관리해준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도 “개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끈끈한 유대를 맺고 반려견으로서 제대로 된 동물-인간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동물원 전시 환경은 개의 이러한 본능을 충족시킬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동물원에서 개를 돌본 경험이 있는 동물원 관계자들도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개라는 종이 동물원의 최근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정부 소유의 개를 전시·사육하고 있는 한 동물원 관계자는 “최근 동물원들은 멸종위기종 보전, 야생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야생동물 보호, 생명존중 교육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개라는 종이 그러한 방향성과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는 하루에 1~2회 산책을 해야 하는 동물인데 동물원 업무 구조상 사육사 한 명이 여러 동물을 돌볼 수밖에 없다”며 “동물원으로 보내게 되면 군견이나 경찰견처럼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이. 둘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것으로 문 전 대통령이 키우다 최근 정부에 반환됐다. 현재는 광주시 우치공원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상대 나라에서 주는 선물을 거절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천 교수는 “상대 나라에서 동물을 선물로 준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일을 기회 삼아 관련 제도를 개정·보완해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관저에서 계속 키우기 어렵다면 국가가 영예롭게 보호자를 찾아 양육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습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받은 선물은 동·식물, 무생물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국유 재산’인 알라바이를 개인이 입양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대통령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한 쌍을 관저에서 키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뒤 이들을 사저에 데려가지 못할 상황에 놓이자 2022년 5월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위탁해 관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 개정이 이유 없이 미뤄지면서 문 전 대통령은 결국 개를 국가에 반납해야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키웠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는 현재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미 반려동물이 대통령 기록물이 되면서 소유권 문제가 불거진 바 있는데 정부가 또 개를 데려온 것은 경솔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정상 간 동물 선물은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막지 못한 것은 외교상의 실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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