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밀가루 가격 안정됐지만 운송·인건비 부담 가중
"1천원 빵 먹을 수 있던 마지막 시대"


가격 인상 '1천원 빵집'
[촬영 전재훈]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1천원짜리 하나 팔아 200∼300원 남겼는데 공장에서 가격을 올려버리니 별수 없지."

이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역사에 위치한 이른바 '무조건 1천원 빵집' 직원 손모(70)씨가 빵 매대 옆으로 떡을 진열하면서 한 말이다. 이 빵집에 걸려있던 '무조건 1천원' 현수막 문구는 지난달 '무조건 1천300원'으로 바뀌었다.

이 빵집 주인은 가격이 오른 빵들 옆으로 오징어포나 젤리, 떡을 진열해 팔기 시작했다. 손씨는 "빵 가격이 오른 뒤로 300g에 1만원인 오징어포, 세 팩에 4천원인 떡이 잘 팔린다"고 전했다.

1천100원에 판매 중인 빵들
[촬영 전재훈]


고속버스터미널역 1천원 빵집도 지난달에 빵 가격을 200원 올렸다. 이곳 역시 매대의 70%를 오징어·아귀 포와 젤리, 과자 등으로 채웠다.

이처럼 무조건 1천원 빵집이 빵 가격을 올린 것은 밀가루 가격은 내렸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로 운송·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밀가루는 지난 3∼4월 제분업체 4사가 평균 3.2∼6.5% 정도 가격을 내리면서 안정세를 찾았다.

1천원 빵집 사업 제조·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빵 원료 가격은 안정을 찾고 있어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운송 비용, 판매점 임대료, 인건비 등 원료 외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빵집에 들어오는 빵 가격은 1개당 평균 500∼600원 정도에서 650∼800원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빵 가격 올린 '1천원 빵집'
[촬영 전재훈]


1천원 빵집 간판에 100원에서 300원까지 추가 요금이 붙자 점주들은 매출 감소에 울상이다.

강남구 한 역사 종업원 손씨는 가격을 올리기 전만 해도 손님이 건네는 1천원짜리 지폐를 받아내느라 오전 내내 앉을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 인상 이후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고 약 100만원이던 하루 매출도 많아야 6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손씨는 설명했다.

실제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역사는 출근 인파로 가득했지만, 빵을 구매하는 사람은커녕 구경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고속터미널역 빵집도 300만~400만원이던 하루 매출이 2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약 40분 동안 20여명의 손님이 매장을 찾았지만, 빵을 구매하는 손님은 3명에 그쳤다. 빵집 지점장 김모(44)씨는 "200원 인상 이후 발길을 끊은 단골이 많다"고 했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주일에 4∼5차례 1천원 빵집을 이용했다는 류모(30)씨는 "한 번 이용할 때 5천원어치 정도를 샀는데, 이젠 같은 양을 사면 6천∼7천원 정도를 내게 돼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씨는 "질이 나쁘지 않은 1천원짜리 빵을 구매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438 폭염 속 '성지순례' 사망자 1,300명 넘어‥"83%는 무허가 순례객" 랭크뉴스 2024.06.24
38437 지인 차 몰래 운전하다 사고···대법원 “차주도 책임” 랭크뉴스 2024.06.24
38436 반항아처럼, 청개구리처럼... '중소 걸그룹' 이렇게 살아남는다 랭크뉴스 2024.06.24
38435 시신 1300구 길바닥에 썪는 냄새 진동…"생지옥 된 평생 꿈 성지순례" 랭크뉴스 2024.06.24
38434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임박… 소재社도 수혜 기대 랭크뉴스 2024.06.24
38433 동성 제자와 '부적절 교제' 여교사, 직위 해제 랭크뉴스 2024.06.24
38432 전통시장 카드 소득공제율 80%로 인상 재추진···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랭크뉴스 2024.06.24
38431 "김정은·푸틴 밀착→10월 한반도 위기 가능성"… 우크라 분석가의 '경고' 랭크뉴스 2024.06.24
38430 한동훈, 정치 복귀하며 ‘용산 대립’ 선택…나·원·윤, ‘그건 안된다’ 랭크뉴스 2024.06.24
38429 “‘배달 안 왔다’ 더니”… 음식값 환불 ‘진상’에 분노 랭크뉴스 2024.06.24
» »»»»» "1천원 아니네"…인플레에 두 손 든 '무조건 1천원' 빵집 랭크뉴스 2024.06.24
38427 청년고용 '이상징후'…취업자 1년 7개월째 내리막길에 상용직까지 '뚝' 랭크뉴스 2024.06.24
38426 “단지 생활비 항의했다고 청년이 죽었다… 이건 비극” 랭크뉴스 2024.06.24
38425 의정대화 시작되나…꿈쩍않는 전공의가 '변수' 랭크뉴스 2024.06.24
38424 이재용·최태원·구광모, 잇따라 실리콘밸리로…"AI 리더십 잡아라"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6.24
38423 러 "우크라, 미국산 미사일로 공격"‥120여 명 사상 랭크뉴스 2024.06.24
38422 김주형 1위 다툴 때…연막탄 터뜨리며 그린 난입한 그들 정체 랭크뉴스 2024.06.24
38421 습도 높아 체감온도 31도…‘사우나 더위’, 25일 잠시 주춤 랭크뉴스 2024.06.24
38420 전국 곳곳에 비…남부지방 벼락 주의 [출근길 날씨] 랭크뉴스 2024.06.24
38419 'VIP 격노설' 진술 갈려...공수처 "특검법 전까진 최대한 수사" 랭크뉴스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