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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커피로 아침을 시작해 점심에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손에 쥐어야 하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 일할 때는 물론 하루에도 몇 번씩 ‘카페인 수혈’을 외치는 커피 중독사회 한국에서 요즘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이제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 옵션’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이미지. 픽사베이


쑥쑥 커지는 디카페인 커피 시장

“전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대부분이 디카페인 메뉴를 갖추고 있어서 마시기 편해졌어요. 서너 명이 카페에 가면 그중 한두 명은 디카페인을 고르는 것 같아요.”

외국계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최인아씨(37·가명)는 요즘 카페나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한다. 커피를 좋아해 하루에도 서너 잔씩 커피를 마시던 그는 커피를 마시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되도록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걱정 없이 늦은 오후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일반 커피와 맛과 향이 거의 다르지 않은 점도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는 이유다.

국내 디카페인 커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2018년 1724t에서 2023년 6521t으로 5년 만에 2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커피 수입량에서 디카페인 생두·원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08%에서 3.39%로 증가하는 추세다.

커피업계의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도 성장 폭이 커졌다. 2017년 디카페인 옵션을 처음 도입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 4월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이 누적 1억잔을 돌파했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 연간 판매량은 2018년 600만잔에서 2023년 2110만잔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출시 당시 2종이었던 디카페인 메뉴는 현재 10종으로 확대됐다.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이제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이 필수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출시한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판매량이 월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이며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가는 모든 음료에 디카페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도 원두가 들어간 커피 제품은 모두 디카페인으로 변경 가능하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할리스, 더 벤티, 매머드커피, 컴포즈커피 등을 비롯해 소규모 개인 매장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 405잔, 늦은 오후에도 마실래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벅스에서 시민이 구입한 커피를 집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는 커피 소비량 증가와 연관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152잔)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커피 소비와 함께 카페인 섭취량이 늘면서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 심장 떨림 등 카페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디카페인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저녁 식사 후에 술 대신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오후 늦은 시각에도 카페인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가 최근 시간대별 아메리카노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하루 중 오후 2시 이후에 판매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비중(51%)이 일반 아메리카노(35%)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디카페인 커피는 수요가 적은 탓에 원두 회전량이 느리고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확고한 수요층이 형성되며 공급이 활발해지고 시장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맛없는 커피라는 인식을 깰 만큼 품질과 다양성이 향상된 것도 시장을 키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없을까?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 커피로 표시할 수 있다. 디카페인 표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미국에서는 97%, 유럽에서는 99% 이상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에 표시한다.

디카페인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은 보통 10㎎ 이하로 일반 커피의 카페인 함유량(100~200㎎)의 10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성인 400㎎, 임산부 300㎎ 이하. 일반적인 경우 ‘디카페인’으로 판매되는 커피는 인체에 카페인 효과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카페인에 아주 민감한 체질이라면 개인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소량이지만 디카페인 커피에도 일정량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으니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고 브랜드별, 용량별, 메뉴별로 카페인 함유량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일례로 할리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354㎖)의 카페인 함유량은 3㎎, 더 벤티(591㎖)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유량은 26㎎이다.

카페인 없는데 일반 커피보다 왜 비싸?



통상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낮게는 3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가격이 비싸다. 디카페인 원두 제조과정에서 카페인 제거 공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일반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뜨거운 물을 이용하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 화학 용매를 이용하는 ‘유기용매 추출법’ 등이 있다. 이 중 요즘에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가 가장 많이 쓰인다. 이 같은 특수 공정을 통해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고, 남은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 디카페인 커피로 만든다.

디카페인 커피는 특별한 제조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들어가거나 커피의 좋은 효능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국내에서는 화학물질을 이용한(유기용매 추출법) 디카페인 원두는 유통되지 않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도 일반 커피와 마찬가지로 대사 활성화, 항산화 효과, 인지 기능 향상, 당뇨병 예방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카페인 효과만 제외하며 일반 커피와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는 셈. 심장 떨림이나 불안감, 신경과민 등 카페인 부작용을 피하고 불면증이나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디카페인 커피가 가진 장점이다. 단 디카페인 커피 원두로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 종은 일반 커피 원두보다 체내 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의 경우 디카페인 커피일지라도 주의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밤 커피 마셔볼까…디카페인 전문 카페도 인기

디카페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디카페인 커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페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슬로우고트’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문을 여는 그야말로 ‘밤 커피’ 전문점이다. 모든 커피 메뉴는 디카페인이 기본으로, ‘시오커피’와 ‘맛차라떼’가 시그니처 메뉴다. 디저트 맛집으로도 인기가 높다. 충북 청주의 ‘이사프커피스탠드’는 디카페인을 기본으로 하는 에스프레소바다. ‘그라니따’, ‘콘판나’ 등 진하고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주말 한정 카페인 원두 선택이 가능하다.

제주공항 인근에 자리한 디카페인 전문 카페 ‘홉히’는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만드는 곳이다. 모든 커피를 융드립으로 내리는 만큼 진하고 풍부한 맛과 향이 특징. 쫀득한 크림이 올라간 크림커피가 인기 메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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