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조 "안전 수칙 못 지켜...예고된 참변"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첫 지하철 노동자 사망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9일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 도중 감전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품에 '죽지 않고 일 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씌우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 검은색 단상 위에 푸른 정비 조끼와 투박한 신발, 흰색 안전모가 국화 꽃에 둘러싸여 있다. 안전모에 걸쳐진 검은색 띠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지난주 이 작업복의 주인 A(53)씨는 지하철의 한 역사에서 전기실 정비 작업을 하다 감전돼 목숨을 잃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으로 일한 지 30년이나 된 베테랑이었다. 고인의 동료들은 "최소한의 작업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공사 측은 노조가 요구한 재발 방지 대책에 미온적으로 일관 중"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조문이나 사과가 없었다"고 항의했다. 노조의 1차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스티커를 붙여 케이블을 구분하는 색상 표시 작업을 하던 중 전기가 공급된 다른 케이블 단자에 닿아 감전됐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를 '산업 재해'로 규정했다. '2인 1조'로 안전 상태를 서로 확인하며 함께 근무하는 게 원칙이나 작업량 과다로 A씨가 홀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인임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건경영위원회 전문위원은 "전기 차단 작업, 작업 감시자, 적절한 보호구, 전기 위험성 평가 등 수 많은 안전 규제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것이 베테랑 작업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직원이 작업 중 감전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와 공사의 사과와 엄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상 재해 예방에 필요한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대한 조치 의무에 소홀했다"며 "8년 전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19세 남성이 사망한 서울 구의역 참사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생한 첫 번째 인명 사고로 알려졌다.

이날 시청 정문 앞으로 모여든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단상에 국화꽃을 놓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A씨와 함께 일한 장명곤씨는 "
늦둥이 막내딸 생각에 정년을 넘겨 몇 년 더 일할 자신이 있다며 웃던 가장이자, 평생 직장 지하철에 자부심을 가졌던 노동자"
라고 고인을 회상하며, "동료를 떳떳하게 기릴 수 있도록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울먹였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38 "내가 더 명심"… 비전 사라지고 '명비어천가'만 남은 전당대회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7 허재 아들 허웅 "전 여친 고소…결별 뒤에도 수년간 금전 협박"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6 야권 “‘대통령 격노설’ 경로에 김건희 있는지 밝혀야”…임성근·도이치 주가조작범 관계 의혹 제기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5 "범죄 조회 깨끗" '밀양 성폭행' 가담 부정에... "판결문에 이름 있는데?" 진실공방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4 "1억5000만원 위약금 물더라도 취소"…집값 치솟는 1기 신도시 무슨일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3 경찰·노동부, '31명 사상' 화성 화재 아리셀 압수수색(종합)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2 모처럼 '아기울음' 커졌다…4월 출생아 19개월 만에 증가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1 '젊은 공무원 잡으려면 31만원 올려야···' 공무원 노조 임금 인상 요구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30 "계약금 2배 주고 취소"…치솟는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9 [현장] "신원 확인 대체 언제" 애타는 유족… 영정 없이 국화만 놓인 분향소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8 황정음 고소한 상간녀 누명 여성…"돈 목적 아냐" 1390자 호소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7 심경 밝힌 강형욱, “길에서 마주치면 어떤 말씀이든…” [이런뉴스]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6 [속보] 경찰, ‘31명 사상’ 화성 화재 관련 아리셀 압수수색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5 "금두꺼비도 하늘은 못이겨"…부산 해수욕장 비명 터졌다, 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4 [지평선] 누가 그나마 더 멀쩡한가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3 [속보] 경찰, ‘화성 일차전지 화재’ 공장 압수수색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2 “이주노동자 ‘안전제일’ 구호 외치는 게 교육 전부”…재해 무방비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1 청문회도 ‘의새’ 공방… 복지차관 “의협 간부도 같은 실수”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20 ‘롯데 3세’ 신유열 시대 본격화… 日 지주사 이사로 new 랭크뉴스 2024.06.26
44019 유부남에 자녀도 있는데‥제자에게 연애편지? '발칵' new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