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국전력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철탑 설치 작업.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전력이 동해안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장 등 특정 주민과 단체에 억대 금품을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받거나 지원 사업에 연루된 이들은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주민 대표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다른 주민들은 관련 정보에서 소외됐다. 송전선로 입지선정과 관련한 주민의견 수렴에 ‘짬짜미’ 의혹도 제기된다.

16일 취재 결과 한전은 500kV 동해안-신가평T/L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송전탑이 지나가는 지역 이장연합회, 새마을회, 초등학교 동문회 등에 금품을 지원했다. 한전의 ‘홍천 행사지원 내역 문건’을 보면 2014~2019년 홍천 지역에만 지원금이 22차례 제공됐다. 이 돈은 송전설비주변법에 따른 지원금이나 특별지원금과는 달리 한전이 ‘사업관리비’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밀양 주민은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한전이 ‘용돈’을 뿌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전이 2014~2019년 홍천에 지원한 돈은 총 1억755만원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 기간 외에도 지원사업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홍천 외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동해안 송전선로 사업이 2009년부터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지원 금액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한전이 작성한 지원사업 관련 공문.


공문을 보면, 지원 사업은 단체가 공개적으로 한전에 지원금을 요청하고, 한전이 이에 응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일반 주민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고, 이장 협의회 등 특정 단체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을 받은 단체는 ‘행사협조 요청자’로 불리는 일종의 브로커를 통해서 한전에 지원금을 요청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문에 요청자로 이름을 올린 A군의원은 “협력자를 통해서만 알음알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개개인에게 어떻게 다 알릴 수 없다. 일종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전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들은 주민 대표 입지선정위원으로 선정되었다. 한전은 이장협의회장, 사무국장, A군의원 등을 입지선정위원으로 선정해 2019년까지 5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한전은 이때까지도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아 주민들은 송전탑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성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강석현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 간사는 “2019년 6월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한전이 주민 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금품을 주고 형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한전의 이같은 사업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천 주민 남궁석씨는 “한전이 돈으로 주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밀양에서 그랬던 것처럼, 청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수법으로 주민들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 문제로 주민들이 갈등을 겪으면서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도 공동체 파괴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데, 한전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르포] ‘10년 전 밀양’을 잊은 당신에게농성장의 적막을 깬 건 ‘쿵쿵쿵’ 소리였다. 김영순 할머니(70)는 고개를 떨구고 쇠줄로 묶인 가슴을 바라봤다. 심장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한 해 전 송전탑 공사 중단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91722001

한전 관계자는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목적으로 마을 지원 사업을 진행한 것”이라면서 “한전에서도 주민 간 갈등 확산 방지와 해결을 위해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중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마을에선 지원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766 대통령과 같은 날 TK 간 원희룡... '우군'부터 다지는 與 당권주자들 new 랭크뉴스 2024.06.26
43765 안전 교육 못 받고, 말 서툴러 우왕좌왕… 대피·안전도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 new 랭크뉴스 2024.06.26
43764 케냐 증세반대 시위 속 경찰발포에 최소 5명 사망…의회 대혼란(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4.06.26
43763 韓, '인신매매 방지국' 1등급 복귀…22년째 최악은 바로 '이 나라' new 랭크뉴스 2024.06.26
43762 [뉴욕유가] 차익 실현 매물에 1% 하락…중동 불안은 여전 new 랭크뉴스 2024.06.26
43761 "바이든은 참을만 해, 그런데…" 美 100대 기업인 트럼프 지지 '0' 랭크뉴스 2024.06.26
43760 英 '선거 베팅 스캔들' 확산…노동당, 후보 1명 자격정지 랭크뉴스 2024.06.26
43759 닭다리서 시뻘건 피 '뚝뚝'…"이걸 먹으라고요?" 묻자 치킨업체 꺼낸 말 랭크뉴스 2024.06.26
43758 워싱턴서 6·25 74주년 행사…美참전용사 "언제든 함께 싸울것" 랭크뉴스 2024.06.26
43757 “딸들 줄로 묶어라”… 12만 ‘대형견 유튜버’ 결국 사과 랭크뉴스 2024.06.26
43756 한번 불붙으면 속수무책… 전기차주들 ‘남일 아니네’ 랭크뉴스 2024.06.26
43755 화성 화재 공장에 외국인 근로자 보낸 업체 “아리셀, 불법 파견 인정해야” 랭크뉴스 2024.06.26
43754 회초리 든 조련사, 화난 코끼리에 그만…비극적 최후 맞았다 랭크뉴스 2024.06.26
43753 엔비디아 4거래일 만에 반등… 시총 3조달러 회복 랭크뉴스 2024.06.26
43752 대형견 입마개 요구에 "딸도 묶어라"…12만 유튜버 결국 사과 랭크뉴스 2024.06.26
43751 인천 송도 상수도관 파열 여파로 '식수대란'…기나긴 배급줄 랭크뉴스 2024.06.26
43750 컬러복사기로 만든 '공돈' 25만원 복권 사는 데 쓴 50대男…결말은 랭크뉴스 2024.06.26
43749 “가해자나 공개해”… 밀양시장 사과에도 여론 ‘폭발’ 랭크뉴스 2024.06.26
43748 ‘이스라엘인 안돼’ 日 호텔, 투숙객 예약 거부해 논란 랭크뉴스 2024.06.26
43747 美 엔비디아 4거래일 만에 5% 급반등…시총 3조달러 회복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