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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전세계 산업의 주요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데이터 처리량과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를 처리할 데이터센터가 속속 건설돼 가동을 뒷받침할 전력 송배전 산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사실이다.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최근 투자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323테라와트시(TWh)의 전력 수요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뉴욕시 연간 전력 소비량(48TWh)의 7개에 달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전세계는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는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소형모듈원자로(SMR)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로이터통신

10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착수했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이날 시작된 공사는 NRC의 승인이 내려지면 가능한 한 빨리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부지를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AP는 전했다.

미국 언론들을 이를 앞다퉈 인용하며, 전력생산 방식의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전부터 에너지업계에서 주목받아 온 테라파워는 높은 에너지 출력을 내면서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번 SMR 건설 위치는 2025년 폐쇄 예정인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소 인근으로, 테라파워 측은 2030년 SMR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화력발전소를 대체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를 비롯해 주요 설비를 일체화한 설비다. 작고(Small),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Modular), 건설할 수 있는 300㎿ 이하급 원자로(Reactor)라는 뜻이다. 기존 대형원자로의 주요 기기들(가압기‧펌프‧증기발생기 등)과 냉각시스템을 하나의 용기에 통합해 건설한다. SMR는 에너지 위기가 부상할 때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아 대안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70여 종의 SMR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SMR은 대형원자로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비용도 절약되며, 수요지 인근에 건설할 수 있어 송전망 설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유연한 출력으로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출력을 보완할 수도 있다. 발전 뿐 만 아니라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차세대 원자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유다. 때문에 SMR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였던 SMR 시장이 2035년 6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수원이 공개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설비가 설치된 발전소 조감도. /연합뉴스

게이츠는 민간 부문에서 탄소 연료를 쓰지 않는 안전하고 풍부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공동 설립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로 물(100℃)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동안 상업용 발전소로 전통적인 수랭식 원자로만 계속 건설해 왔던 미국은 최근 흐름을 타고 SMR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테라파워에 해당 원자로의 완공을 위해 최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테라파워의 해당 프로젝트는 완공까지 최대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에 테라파워가 건설하는 345㎿ 원자로는 최대 500㎿까지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최대 4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와함께 백악관은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자력 프로젝트 관리 및 공급 워킹그룹’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원전 공사 지연에 따른 일정 및 비용 초과 등의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는 것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워킹그룹의 핵심으로, 외신들은 백악관의 발표가 SMR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인공지능(AI) 혁신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으며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비용 등의 리스크를 줄인 소형원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밑작업이란 해석이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미 육군에도 SMR을 배치할 계획임을 밝히며, SMR이 방어 시설에 수년간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국내에서도 SMR 국내 건설계획을 지난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안을 보면 2035~2036년 SMR 상용화 실증을 위해 전력 필요 물량 0.7기가와트(GW)를 배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SMR 상용화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남아있다. 안전성과 설비를 개선했다고 해도 사용후핵연료는 대형원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또한 기존 대형원전과는 다른 설계가 적용되는 만큼 SMR에 적합한 안전규제 기준도 새로 제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외신들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은 SM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WSJ는 “규모 대비 고출력의 친환경 에너지를 내는 SMR은 원전업계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덕택에 원전업체들은 혜택을 받으면서 SMR에서 대형 원자로의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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